김정은을 '불량배'로 부른 바이든…'종전선언' 韓과 마찰 빚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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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대북·외교정책
대북 접근법 '톱다운→보텀업' 전환
"北 비핵화 진전 없이 만남 없다"
文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상충'
방위비 협상은 조기 마무리될 듯
대북 접근법 '톱다운→보텀업' 전환
"北 비핵화 진전 없이 만남 없다"
文정부의 대북정책과는 '상충'
방위비 협상은 조기 마무리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동맹국과의 공조를 강조하며 다자(多者)주의적 외교정책을 펴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압박정책은 그대로 계승하거나 오히려 강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갈등이 격화되는 미·중 사이에서 그동안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 그러나 ‘동맹 강화’ ‘대중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틀로 삼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더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비핵화가 전제돼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해온 바이든과 이견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동맹정책은 대중 견제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이든은 지난달 대선 후보 마지막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북한과 중국의 주석(시진핑) 같은 불량배들을 포용하고, 손가락으로 우리 친구와 동맹의 눈을 찌르고 있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안보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면서도 중국을 의식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자 안보 협의체) 확대 등 미국의 대중 강경책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계속돼온 것”이라며 “전통적 동맹 외교를 선호하는 바이든은 한국 등에 ‘반중(反中) 연합전선’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훨씬 더 세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지지와 참여 요구도 거세질 것이란 얘기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만 고집하다가 자칫 대미 관계 악화는 물론 중국과도 멀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남·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 기조와도 상충된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제 작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처럼 ‘깜짝쇼’가 연출될 가능성은 작다”며 “우리 정부도 정상회담을 여는 데만 목맬 게 아니라 비핵화 실무 협상이 차근차근 진전될 수 있도록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종전 선언’에 대해서도 트럼프보다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선(先) 종전 선언, 후(後)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가 종전 선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선언을 계속 주장하면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과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제기돼온 주한미군 감축·철수론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
한국 정부는 갈등이 격화되는 미·중 사이에서 그동안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줄타기 외교’를 해왔다. 그러나 ‘동맹 강화’ ‘대중 견제’를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 틀로 삼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전략적 모호성’ 기조를 더는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비핵화가 전제돼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해온 바이든과 이견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韓, ‘美냐 中이냐’ 선택 직면
바이든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가장 노력한 것 중 하나가 동맹정책이다. 바이든은 지난 9월 미 군사 전문지인 성조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당선된 뒤 가장 먼저 할 일은 (동맹국) 정상들에게 전화해 ‘미국이 돌아왔다. 우리를 믿어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이런 동맹정책은 대중 견제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이든은 지난달 대선 후보 마지막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북한과 중국의 주석(시진핑) 같은 불량배들을 포용하고, 손가락으로 우리 친구와 동맹의 눈을 찌르고 있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 안보 공조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미 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면서도 중국을 의식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자 안보 협의체) 확대 등 미국의 대중 강경책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계속돼온 것”이라며 “전통적 동맹 외교를 선호하는 바이든은 한국 등에 ‘반중(反中) 연합전선’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훨씬 더 세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 정책이 강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지지와 참여 요구도 거세질 것이란 얘기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보적 입장만 고집하다가 자칫 대미 관계 악화는 물론 중국과도 멀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韓·美, 종전선언 놓고 엇박자 낼 수도
바이든은 김정은을 “불량배”라고 부르며 북한의 ‘핵 능력 축소’가 전제되지 않으면 김정은을 만날 수 없다고 공언해왔다. 최종적 핵 폐기를 목표로 북한과 단계적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대북 접근법도 트럼프가 추진해온 ‘톱다운(정상 간 담판)’ 방식이 아니라 실무 협상 중심의 ‘보텀업’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남·북·미 간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추진’ 기조와도 상충된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제 작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처럼 ‘깜짝쇼’가 연출될 가능성은 작다”며 “우리 정부도 정상회담을 여는 데만 목맬 게 아니라 비핵화 실무 협상이 차근차근 진전될 수 있도록 북한을 지속적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종전 선언’에 대해서도 트럼프보다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박원곤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선(先) 종전 선언, 후(後) 비핵화’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가 종전 선언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 선언을 계속 주장하면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1년 표류’ 방위비 협상은 타결될 듯
작년 9월 이후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말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에 대해 “동맹국을 갈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4월 말 협상 결렬 당시 방위비 분담금을 첫해 13% 인상, 이후 4년간 매년 7~8% 인상하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협상이 조기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과 맞물려 미국 조야에서 제기돼온 주한미군 감축·철수론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하헌형/송영찬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