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만큼 중요한 것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코로나 전파 과정도 나라별로 큰 차이
의료기술·재정투입이 전부라 생각 말고
사회·문화적 영향 예측하고 대비해야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장 >
의료기술·재정투입이 전부라 생각 말고
사회·문화적 영향 예측하고 대비해야
방문석 < 국립교통재활병원장 >
![[방문석의 메디토크]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만큼 중요한 것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07.14637543.1.jpg)
필자의 전공인 척수손상의학은 사회적인 영향이 매우 큰 분야다. 1980년대 이후 가장 많이 분류되고 있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비율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자동차 안전, 특히 음주운전 단속과 속도제한 등에 따른 긍정적 효과로 보인다. 이 분야의 의료 수요는 1990년대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여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문인력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국내 스마트 모빌리티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유 전동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키로 한 점도 그렇다. 공유 스타트업 활성화라는 산업적인 고려로 인해 청소년층에 집중될 새로운 양상의 교통사고 후유장애인이 대거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90년대 국제 학술지 보고에 의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는 낙타 같은 큰 동물이 자동차와 함께 도로 위를 다니는데, 이들 낙타와 충돌한 자동차 전복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환자 발생률이 높다는 이색적인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중동 국가 부유층에는 낙타가 부(富)의 상징이며, 일반 도로에서도 낙타가 다닐 수 있게 하는 문화적인 특색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는 거의 없는 총상에 의한 척수손상이 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 적도 있다. 북유럽 국가에서도 총상에 의한 척수손상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미국처럼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주로 총기 자살 시도로 인한 척수손상이 보고되는 것이 커다란 차이점이다.
현대사회의 질병과 의료 문제는 단순한 의료기술 발전과 재정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사회의 역사, 문화, 국제적인 관계, 지정학적인 상황이 질병의 발생 원인과 전파 양상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감염병을 포함한 새로운 질병 발생 시 초기 방역과 역학조사, 철저한 모니터링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회·문화적인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