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용대출 죄기' 칼 빼나…홍남기 "별도 대책마련 검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9일 “올 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신용대출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액을 월 2조원대로 묶어놓고도 돈줄을 더 죄겠다는 얘기다.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을 추가로 억누르면 주택 세입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가계부채 현황과 관련한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난 것에 대해 정부가 경계심을 갖고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별도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한 차례 신용대출 규제 대책을 폈다. 지난 8월 신용대출이 사상 최대인 5조3000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급증세를 보이면서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14조원의 신용대출이 이뤄지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지난달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집값 불안 등을 이유로 신용대출을 억제했다. 은행들은 개인당 대출한도를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하고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면서 연말까지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을 2조원대로 제한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에 금융권에서는 전세 세입자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대차 3법’ 등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신용대출까지 막으면 세입자들이 전세금 인상분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즘 신용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에 주택금융공사나 SGI서울보증 등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는 것보다 부담이 작다”며 “신용대출을 추가로 제한하면 전셋값을 구하지 못해 월세를 사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안에서도 신용대출 추가 억제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수요를 억제할 대책은 다양한 방법과 강도로 마련돼 있다”며 “언제든지 시행에 나설 수 있지만 전세시장 불안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또 국제선을 통해 무착륙 관광(비행관광)을 하면 기내 면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착륙 관광 시 면세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무부 관세청 등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박종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