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대통령선거(대선) 전후의 불확실성 확대에도 해외 주식 매수에 열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장을 매수 기회로 보고 적극 매수에 나섰다는 얘기다. 대선 전후로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나스닥지수가 선거일(현지시간 3일) 후 상승세로 돌아서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5거래일간 한국 투자자들은 해외 시장에서 3억9859만달러(약 4459억원)를 순매수했다. 이 기간 미국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억8870만달러로 해외 순매수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10월 초 5거래일간 순매수액(2억7966만달러)보다 42%가량 많은 수준이다. 10월 마지막 거래일에 나스닥지수가 2.44% 떨어지는 등 대선을 전후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국내 투자자들은 매수 버튼을 눌렀다.

무작정 산 것은 아니다. 이 기간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한국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6일까지 한국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테슬라로 869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가 5344만달러로 테슬라에 이어 순매수 2위 종목에 새롭게 등장했다. 아마존(3383만달러), 몬트리올은행(1533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순매수 상위 종목에 즐겨 오르던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오히려 애플은 466만달러어치 순매도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민주당 집권으로 법인세 인상이나 독과점법 강화에 따른 기업 분할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었다. 조 바이든 당선 시 수혜를 볼 수 있는 ‘전기차’ 업종 관련 투자를 늘리고 불확실성이 큰 기술주 순매수는 조심스러워했다는 얘기다.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시 순매수 상위 종목에 등장한 것도 위험 분산을 노린 투자 전략으로 보인다. 나스닥1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ETF인 ‘INVSC QQQ S1’은 순매수액 1339만달러를 기록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뱅가드 쇼트텀 회사채 ETF도 1301만달러로 7위에 올랐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