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플랫폼 회사인 키다리스튜디오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키다리스튜디오는 국내 웹툰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에 이은 3위 사업자로서 지위를 단단하게 굳힐 전망이다.
9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한희성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 38.8%를 포함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대상은 한 전 대표 지분을 비롯해 권정혁 전 최고기술책임자(CTO) 지분 22.5%, 국내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PE) 지분 16.3% 등이다.

레진엔터는 2013년 국내 최초로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을 선보인 회사다.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매출 500억원을 달성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일본과 북미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 이용자도 확보했다. 2018년에는 투자제작사 레진스튜디오를 인수, 레진의 대표작들을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레진엔터는 국내 시장에서 유료 콘텐츠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유료 웹툰시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한때 수익성이 악화하기도 했지만 최근 크게 개선되고 있다. 작품 수급 악화 등 내부 관련 문제가 불거진 데다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가 잇따라 등장한 것이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지난해 국내 사업 기준으로 매출 345억원, 영업손실 52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선 웹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늘어났다. 영업실적도 손익분기점(BEP) 수준으로 올라왔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엔터 인수로 웹툰시장에서 시장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987년 설립된 키다리스튜디오는 각종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2017년 웹툰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웹툰 플랫폼 봄툰을 운영했던 봄코믹스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웹툰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웹소설 플랫폼 판무림을 새롭게 선보였다.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해외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였다. 프랑스 자체 플랫폼인 델리툰을 통해 프랑스어 등 외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해외 이용자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웹툰 제작과 유통을 수직계열화하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플랫폼 경쟁력은 다소 약하지만 웹툰 등 콘텐츠 제작 부문에서는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진엔터의 플랫폼 강점을 확보하면 웹툰시장에서 경쟁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