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운영을 점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양형 요소는 아니며 실효적인 운영이 입증될 때만 양형 요소로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9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기일을 속행했다. 지난달 26일 공판 땐 부친 상중(喪中)이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부회장은 이날 짙은 남색 정장을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추천한 강 전 헌법재판관,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 회계사, 변호인이 추천한 김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심리위원들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지속 가능성 여부, 개선 방안의 실효성 등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에 특검 측은 김 변호사가 삼성과 관련된 다수 사건을 맡아 왔기 때문에 부적절하는 의견서를 냈다. 변호인 측 역시 홍 회계사는 처음부터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는 데 반대해온 인물이라며 부적절 의견서를 제출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은 법원이 직권으로 지정하는 사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재판부, 변호인과 검찰 간 실랑이가 이어져 재판이 잠시 휴정되기도 했다. 한편 재판부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하는 양형 조건에 대해 설명하며 준법감시위원회는 유일의 혹은 가장 중요한 양형 조건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형법 제51조는 △범인의 연령이나 지능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양형 조건으로 삼고 있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 중 ‘범행 후의 정황’에서 피고인이 범죄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반성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이 사건은 피고인 개인들이 혼자 범한 범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기업 후원이라는 합법적인 기업 거래의 모습으로 대기업 총수와 실무 담당자들이 함께 가담한 조직적 기업범죄”라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준법감시위를 조직하고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재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일 경우에만 진지한 반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