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호칭 파괴' '직급 축소'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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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기존 금융권 처음 영어 호칭 도입
삼성,SK,LG 등은 직급체계 줄이고 호칭도 바꿔
호칭 파괴는 '낮은수준' 변화...직무중심제 필요
삼성,SK,LG 등은 직급체계 줄이고 호칭도 바꿔
호칭 파괴는 '낮은수준' 변화...직무중심제 필요
지난 10월31일 하나금융지주는 임직원에게 각자 영어 이름을 설정해 그룹 포털에 등록 후 사용하라는 공지를 모든 계열사에 보냈습니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 하나카드 하나금융투자 등의 직원들이 지난주까지 영어 이름 등록을 끝냈습니다.
기존에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시작된 '호칭 파괴'문화가 전통 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빠른 의사소통과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직적인 문화가 여전한데 호칭만 바꾼다고 변화가 될까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밀레니얼 세대들이 입사하면서 기업들이 조직문화, 호칭문화, 직급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도입 중인 '호칭 파괴' '직급 축소'가 성공하려면 어떤 기본 조건이 필요할까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영어이름은 'JT'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영어 이름은 'JT'입니다. 본인의 이름 '정태'의 이니셜이면서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성규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영어 이름은 '글로컬(Glocal)'입니다. 해외시장(글로벌:Global)과 국내시장(로컬:Local)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의미라고 해석됩니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윌리엄',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Jin K'로 정했다고 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영어 이름을 도입하는 목적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있는 창의적·수평적 기업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랍니다. 전통적인 금융권 가운데 전사적으로 호칭을 파괴한 것은 하나금융이 처음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기업 등은 이미 직급으로 부르던 문화를 없앴습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사내에서 '대니얼(Daniel)'로 불립니다. 다른 모든 직원들도 영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브라이언(Brian)'입니다. 영어 이름에 익숙해 지다보니 실제 그 사람의 본명이 누구인지 헷갈릴때가 많다고 직원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토스는 이름 뒤에 '님' 자를 붙여 부릅니다. K뱅크는 행장, 부장, 팀장만 직급으로 부르고 나머지 직원은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빠르게 호칭 파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경력직 중심의 채용과 수평적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기업 특성상 젊은 IT직원이 많아 문화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금융권에서 이러한 호칭문화가 성공을 하려면 회의에서도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삼성전자 '님' '프로'문화
대기업도 2000년부터 호칭파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의 특성상 호칭 파괴의 역효과로 다시 복귀한 기업들도 여럿 됩니다. 주된 이유는 내부 조직원들이 갑작스레 바뀐 영어이름과 호칭에 적응을 못하거나 거래처 등 외부에서 불편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호칭파괴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기업은 CJ그룹 입니다. 2000년부터 직급 호칭을 없애고 상·하급자 구분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렀습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부터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을 호칭을 '님'으로 불렀습니다.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현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출근하고 싶은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호칭부터 파괴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계열사는 '김 책임님' '박 선임님'으로 부르고 사원의 경우 '김 아무개씨'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5단계(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였던 직급체계를 3단계(사원,선임,책임)으로 축소했습니다.
SK그룹은 직급과 무관하게 맡은 일을 책임지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열사별로 직급을 통일하거나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9년 8월1일부터 임원직급도 없앴습니다. 기존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없애고 그룹장·본부장 등의 직책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임원이하는 프로젝트 리더(PL)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만,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직급을 2단계로 나누고 호칭은 매니저로 통일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사원, 선임, 책임, 수석 등의 4단계 직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기존의 7단계였던 직급제도를 4단계 커리어레벨(CL1,CL2,CL3,CL4)로 줄였습니다. 호칭은 '님'과 '프로'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4단계 '사원(A) 대리(SA) 책임(M) 수석(S)'로 이뤄져 '이름+직책'을 부르고 있습니다.
호칭을 바꿨다가 다시 원래대로 복귀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 한화, KT입니다. 포스코는 2011년 7월 이후 매니저·팀 리더·그룹 리더 등으로 간소화한 것을 2017년 2월부터 기존 체계인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보편적 직급으로 돌아갔습니다. 더 쉽고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려면 익숙한 직위 체계가 수월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한화도 2012년 사원은 '씨', 대리부터 부장까지는 '매니저'라고 불렀지만 2015년 3월부터 종전 호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유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업무 일선에서 혼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KT는 2009년부터 직급 대신 매니저 호칭을 사용했지만 5년만인 2014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급 등 기존 체제로 돌아갔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직원의 사기진작과 자부심 향상'이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호칭이나 직급 체계 변화는 '낮은 수준'의 변화일 뿐이라고 합니다. 수평적 문화가 이뤄질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창조적 의견이 반영되고 평가 보상도 그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뜻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시행중인 '직무중심의 커리어패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임병권 연성대 교수는 "국내기업의 무분별한 직무순환제가 오히려 직무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며 "직무순환제를 지양해야 직무전문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기존에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시작된 '호칭 파괴'문화가 전통 금융권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빠른 의사소통과 아이디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직적인 문화가 여전한데 호칭만 바꾼다고 변화가 될까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밀레니얼 세대들이 입사하면서 기업들이 조직문화, 호칭문화, 직급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도입 중인 '호칭 파괴' '직급 축소'가 성공하려면 어떤 기본 조건이 필요할까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영어이름은 'JT'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영어 이름은 'JT'입니다. 본인의 이름 '정태'의 이니셜이면서 'Joy Together(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성규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영어 이름은 '글로컬(Glocal)'입니다. 해외시장(글로벌:Global)과 국내시장(로컬:Local)을 모두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의미라고 해석됩니다.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윌리엄', 이진국 하나금투 사장은 'Jin K'로 정했다고 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이 영어 이름을 도입하는 목적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있는 창의적·수평적 기업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랍니다. 전통적인 금융권 가운데 전사적으로 호칭을 파괴한 것은 하나금융이 처음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기업 등은 이미 직급으로 부르던 문화를 없앴습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사내에서 '대니얼(Daniel)'로 불립니다. 다른 모든 직원들도 영어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브라이언(Brian)'입니다. 영어 이름에 익숙해 지다보니 실제 그 사람의 본명이 누구인지 헷갈릴때가 많다고 직원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토스는 이름 뒤에 '님' 자를 붙여 부릅니다. K뱅크는 행장, 부장, 팀장만 직급으로 부르고 나머지 직원은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들이 이렇게 빠르게 호칭 파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경력직 중심의 채용과 수평적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기업 특성상 젊은 IT직원이 많아 문화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금융권에서 이러한 호칭문화가 성공을 하려면 회의에서도 기탄없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삼성전자 '님' '프로'문화
대기업도 2000년부터 호칭파괴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조직의 특성상 호칭 파괴의 역효과로 다시 복귀한 기업들도 여럿 됩니다. 주된 이유는 내부 조직원들이 갑작스레 바뀐 영어이름과 호칭에 적응을 못하거나 거래처 등 외부에서 불편을 호소했기 때문입니다.
호칭파괴를 가장 먼저 도입한 대기업은 CJ그룹 입니다. 2000년부터 직급 호칭을 없애고 상·하급자 구분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렀습니다.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부터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을 호칭을 '님'으로 불렀습니다.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현 LG 대표이사 부회장)은 '출근하고 싶은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호칭부터 파괴를 시작했습니다. 다른 계열사는 '김 책임님' '박 선임님'으로 부르고 사원의 경우 '김 아무개씨'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습니다. LG전자는 5단계(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였던 직급체계를 3단계(사원,선임,책임)으로 축소했습니다.
SK그룹은 직급과 무관하게 맡은 일을 책임지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열사별로 직급을 통일하거나 체계를 단순화시키고 있습니다. 아울러 2019년 8월1일부터 임원직급도 없앴습니다. 기존 부사장·전무·상무로 구분했던 임원 직급을 없애고 그룹장·본부장 등의 직책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임원이하는 프로젝트 리더(PL)로 부르고 있습니다. 다만,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직급을 2단계로 나누고 호칭은 매니저로 통일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사원, 선임, 책임, 수석 등의 4단계 직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기존의 7단계였던 직급제도를 4단계 커리어레벨(CL1,CL2,CL3,CL4)로 줄였습니다. 호칭은 '님'과 '프로'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롯데는 4단계 '사원(A) 대리(SA) 책임(M) 수석(S)'로 이뤄져 '이름+직책'을 부르고 있습니다.
호칭을 바꿨다가 다시 원래대로 복귀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 한화, KT입니다. 포스코는 2011년 7월 이후 매니저·팀 리더·그룹 리더 등으로 간소화한 것을 2017년 2월부터 기존 체계인 대리·과장·차장·부장 등 보편적 직급으로 돌아갔습니다. 더 쉽고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려면 익숙한 직위 체계가 수월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한화도 2012년 사원은 '씨', 대리부터 부장까지는 '매니저'라고 불렀지만 2015년 3월부터 종전 호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유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업무 일선에서 혼선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KT는 2009년부터 직급 대신 매니저 호칭을 사용했지만 5년만인 2014년부터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급 등 기존 체제로 돌아갔습니다. '직원들의 업무 권한을 명확히 하고 직원의 사기진작과 자부심 향상'이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호칭이나 직급 체계 변화는 '낮은 수준'의 변화일 뿐이라고 합니다. 수평적 문화가 이뤄질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창조적 의견이 반영되고 평가 보상도 그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고 뜻입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시행중인 '직무중심의 커리어패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임병권 연성대 교수는 "국내기업의 무분별한 직무순환제가 오히려 직무전문성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며 "직무순환제를 지양해야 직무전문성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