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지키려는 소녀의 신념…영화 '안티고네'
"큰 오빠는 이제 없어. 이제 작은 오빠를 구해야 해."
영화 '안티고네'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싶은 이민가정의 소녀 안티고네가 오빠를 탈옥시키려고 감옥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큰오빠가 경찰의 총에 사망했는데 그 곁에 있던 작은 오빠가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내린 결단이다.

줄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안티고네는 강인한 인물이다.

얼핏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이 강인한 인물은 그리스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신화 속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 왕의 딸로 죽은 가족의 매장을 금지한 외삼촌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들판에 버려진 오빠의 시체에 모래를 뿌려 장례 의식을 행한다.

가족을 지키려는 소녀의 신념…영화 '안티고네'
신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2009년 캐나다 몬트리올 공원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사건에서 시작됐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이 경찰의 총에 이민자 한 명이 사망하고 그의 형제가 추방당할 위기에 처한 뉴스에 나온 여동생의 인터뷰를 보고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

영화는 권력 앞에 개인의 신념을 무기로 맞서 싸운 신화 속 안티고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면서까지 오빠를 지켜야 하냐는 질문에 "사랑하니까요"라고 답하는 안티고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이다.

그렇다고 영화는 안티고네를 영웅시하지 않는다.

그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 가져온 고통스러운 현실도 그대로 드러낸다.

안티고네의 선택으로 할머니는 공범으로 체포되고, 언니는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도 죄냐며 울부짖는다.

가족이란 이유로 그들이 벌인 범죄에 무조건 눈을 감아도 되는지, 그로 인해 다른 가족들은 희생당해도 되는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그래서 "전 언제든 법을 어길 거예요", "내 심장이 오빠를 구하라고 시켜요"라는 안티고네의 대사는 여러 면에서 감동적이다.

가족을 지키려는 소녀의 신념…영화 '안티고네'
영화는 안티고네의 강인함뿐 아니라 그의 신념이 만들어낸 주변 사람들의 연대를 주목하게 한다.

안티고네의 석방을 촉구하는 친구들이 법정에서 벌이는 소란과 시민들의 지지 운동이 대표적이다.

구치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수감자를 위해 '우리의 일'이라며 맞서 싸운 안티고네를 위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붉게 물들인 수감자들의 모습도 마음을 울린다.

이들의 연대는 법과 제도가 끌어안지 못하는 현실을 함께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이 감싸 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들의 저항은 때로는 과격하게 보이지만, 현실을 변화시키는 일종의 투쟁이다.

가족을 지키려는 소녀의 신념…영화 '안티고네'
이런 점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안티고네의 연인인 하이몬의 아버지다.

안티고네를 도와달라는 아들의 호소에도 정치인은 법정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고 거절하던 그는 안티고네가 막다른 길에 몰리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의 변화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두 형제를 잃은 가족에게 냉혹하기만 한 현실도 어쩌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시사한다.

오는 19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