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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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국내 주식을 1조4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올 들어 최대 순매수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 영향을 받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사자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화학 전기전자 등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지난달 국내 주식 1조4000억원 쇼핑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1조3580억원을 순매수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20억원을, 코스닥시장에서 2960억원을 샀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2조원을 순매수했고, 미주(-9000억원)와 아시아(-3000억원) 중동(-2000억원) 등은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국내 증시에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7월에 582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식을 다시 사는 듯 했지만 8월과 9월에는 다시 매도에 나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584조8000억원(시가총액의 30.4%)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미국이 234조7000억원으로 외국인 전체의 41.7%를 차지했고, 유럽이 176조원으로 30.1%, 아시아 76조원(13%), 중동 21조3000억원(3.6%)를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달러화가 지속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에 힘을 보탰다"고 해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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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순매수 강화 기대…경기민감·가치주 주목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시장의 우려 사항이었던 공화당 상원 및 민주당 하원의 분리 의회 형태는 되려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형 기술주에 부담이 될 수 있었던 규제 압박이 줄어들어서다.

대규모 재정 부양 기대가 후퇴한 것은 맞지만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기 부양 기대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빠르게 상승하던 금리도 제동이 걸리면서 성장주에도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증권사 서정훈 연구원은 "미국 국채 수익률 하락, 달러 약세, 이머징 통화 강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낮고,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이 집중 매수하고 있는 업종과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증시 방향성 결정력이 확대된 시점,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하고 있는 업종은 화학,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IT가전, IT하드웨어, 기계, 운송, 디스플레이 관련주"라고 짚었다.

삼성증권은 경기 순환 주기(사이클)와 맞물려 강세를 보일 수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 소재, 화학, 철강 등 경기민감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 종목은 바이오 업종 등보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아 가치주의 성격도 동시에 띄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