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000억원이 넘는 성장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전용 펀드를 만든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 기업을 키워내기 위해선, 창업 초기 뿐 아니라 3년 이상 존속한 기업의 추가 성장을 돕는 마중물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3250억 원 규모로 성장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전용 펀드를 조성해 다음 달 부터 투자를 시작한다고 10일 발표했다. 김의승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서울시가 성장기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펀드를 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성장기에 접어든 스타트업들이 코로나19 위기와 추가 투자유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후속 투자펀드를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태펀드 등 기관 투자자들이 출자하는 이번 펀드는 2000억 원, 1250억 원으로 두 개로 조성된다. 서울시도 총 100억원을 태운다. 펀드 운용사에는 KB인베스트먼트와 KTB네트워크가 선정됐다.

그동안 서울시는 창업 초기 시리즈A 단계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한 서울시 스타트업 펀드의 경우 시리즈A 투자 비중이 61.2%로 절반을 넘었으며 시리즈B(21.3%), 시리즈C 이상(18.2%)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번 펀드는 창업한지 3~7년인 시리즈B 단계 이상 성장기 스타트업에 100% 투자된다. 최근 3년간 매출 또는 고용자 수가 매년 20% 이상 빠르게 증가한 고성장 기업이 집중 투자대상이다.

기업당 평균 투자금액은 3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서울시 스타트업 지원 펀드가 기업 당 평균 7억원이 투자됐던 것을 감안하면 네 배 이상 투자규모를 키운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창업 초기에 이어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가 마중물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벤처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민간 벤처투자 규모는 742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636억원 대비 30.2% 감소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