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전세대란 수준의 대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경고가 나와 주목된다. 700여 개 상장사들의 모임인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어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여당이 임대차보호법의 파장과 부작용이 분명한데도 일방적으로 강행 통과시킨 것처럼 ‘규제 3법’을 밀어붙이면 기업들이 심각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호소다.

그동안 경제계가 “규제 3법이 통과되면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놀잇감’이 될 것”이란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음에도 여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해 기업이 더 큰 경쟁력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김태년 원내대표)라며 애써 무시해 왔다. 상장회사협의회의 분석과 예측은 여당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달리 규제 3법이 기업에 얼마나 치명타를 입힐지 보여준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의결권 3% 제한(3%룰)’이 적용될 경우 경영권을 노린 외부인이 제안한 감사위원 후보가 선임될 수 있는 상장사가 지금보다 11배나 증가(26개→297개)할 것이란 전망이 대표적이다. 상대편 선수(해외 투기펀드)가 우리 편(기업)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작전’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고 경기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에 남소(濫訴)방지책 없이 소송 제기 요건만 모기업의 1% 지분(상장사는 0.01%)을 보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완화한 다중대표소송제까지 도입되면 규제 3법은 ‘헤지펀드 활보법’이 될 공산이 농후하다는 게 상장회사협의회의 지적이다.

경제계의 끊임없는 우려가 제기되자 여당은 뒤늦게 3%룰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총합이 아니라 각각 3%로 인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형식적 의견 수렴으로 일관하다 왜 이제서야 들어주는 척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질러놓고 이해당사자들의 반대가 극심해지면 시혜를 베풀듯 찔끔 수용해 온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 아닌지도 걱정스럽다. 규제 3법은 이제라도 전면 철회하는 게 최선이다.

그게 안 된다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끝까지 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차선책일 것이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이 “이렇게 중차대한 법률안을 시한 정해놓고 처리하겠다는 건 난센스”(김도읍 의원)라는 입장인 점도 무시해선 안 된다. 당사자인 기업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어떻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