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90%까지 높일 경우 보유세가 얼마나 오를지 추정한 국토교통부 자료가 ‘엉터리’ 논란에 휩싸였다. 시세 21억원인 서울 강남 아파트의 보유세가 2023년에 1019만원 정도일 것으로 국토부는 추정했지만, 한 시중은행에 의뢰한 한경 조사(11월 10일자 A2면 참조)에선 1495만원으로 50% 가까이 높게 나온 것이다. 공시가격에 연동되는 건강보험료도 웬만한 주택 보유자의 경우 다른 소득이나 재산을 반영하면 월 수십만원 인상이 불가피한데, 국토부 추계에선 3년 뒤 고작 6000~7000원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세부담에 대한 정부의 추정이 이렇게 부실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국토부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부가되는 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도시지역분재산세 등 세목을 빼놓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몇 년 뒤 세금을 추정할 때는 매년 시세가 2~5% 오를 것을 전제로 삼는 점도 국토부는 고려하지 않았다. 세금을 내야 할 국민은 수년 뒤 보유세 총액이 얼마나 높아질지 초조하기만 한데, 정부는 이런 요소들을 쏙 빼고 ‘맹탕 추정’을 한 것이다. 공시가 인상을 정당화하고 증세를 감추기 위해 보유세액을 축소 추정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정부가 통계 산출방식을 바꾸거나 추계 조건을 임의로 설정해 스스로 신뢰를 실추하는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8년 1분기 소득분배 지표가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통계방식을 바꿔 1년 만에 소득분배가 개선된 것처럼 발표한 게 이 정부다.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4%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한국감정원 통계의 신뢰도가 논란을 빚자, 이보다 시장을 더 잘 반영하는 KB주택가격 통계(민간 통계) 발표를 국민은행 측이 중단했다가 번복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전력 판매단가 전망을 낮춰 잡는 식으로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이번 보유세 추정도 단순 실수라기보다 ‘고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금폭탄’을 투하한다는 비난을 모면하려고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엉터리 자료를 양산해서는 그에 기초한 정책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꼼수로 국민을 우롱하는 공직자는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