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빠진 유럽의 경제회복, 교육·관광 디지털化에 달려"
“유럽의 경제 회복은 구조개혁, 디지털화, 교육제도 개선에 달렸습니다.”

장클로드 융커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EU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회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7500억유로(약 1000조원) 규모의 경제회복기금을 조성했다”며 “기금이 구조개혁 같은 ‘미래지향적 투자’에 오롯이 사용되는지에 따라 유럽 경제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수(1995~2013년)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낸 융커 전 위원장은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5년간 EU 이사회를 이끌며 2008년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그는 ‘글로벌인재포럼 2020’ 첫날인 11일 ‘모두를 위한 AI: 유럽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융커 전 위원장은 현재 유럽의 상황에 대해 “경제·사회·지정학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폭발적인 코로나19 확산에 압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유럽의 경쟁력은 향상됐지만 코로나19 탓에 (앞으론) 예전같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산업 등의 분야에서 디지털화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제도와 관련해서도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유럽 경제의 디지털화가 다른 경제권에 뒤처지고 있다”며 “유럽의 유일한 자원인 젊은이들이 디지털화와 관련한 훈련을 잘 받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U가 구글 아마존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기업에 비판적이란 시각에 대해선 “오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대형 IT기업에 대한 과세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중소기업에는 지나치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데 비해 거대 인터넷 기업은 ‘비과세’에 준하는 혜택을 받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디지털세 문제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EU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와 관련해선 “국가가 기업을 제재할 땐 ‘전략적 안보’에 해를 끼친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화웨이가 나쁜 일을 하고 있다’고 말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엔 “어업 분야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곧 영국과 EU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