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한국은행 설립 목적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한국은행법 개정에 함께 나섰다.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실물 경제에 위기가 발생할 경우 양적완화와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과감하게 펼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설립 목적을 규정한 한은법 1조의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한다’는 조항은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도모한다’는 문구로 대체됐다. 의결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 사항에도 ‘고용안정을 위한 금융지원에 관한 사항’(28조)이 추가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고용진 의원도 이번 한은법 개정안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여야 간사가 공감대를 이뤘다는 의미다. 박광온, 김경협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이미 비슷한 내용의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류 의원은 “한국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여야 의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이번 한은법 개정은 2011년 한은 설립 목적에 ‘금융안정’ 역할이 들어간 후 약 10년 만이다. Fed, 영국은행, 호주중앙은행(RBA) 등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명시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했다는 평가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가 고조되자 양적완화, 평균물가목표제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 활용이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법 개정에 다소 소극적이다. 고용안정을 달성할 통화정책 수단이 충분치 않아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를 치열하게 고민하겠다”고만 했다. 한은 조사국장 출신인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용안정을 뒷받침할 정책수단이 많지 않아 법을 바꾸더라도 통화정책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며 “양적완화에 대한 근거 조항, 은행 등의 감독 수단 등 정책 수단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동욱/김익환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