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내 독소조항을 수정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은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경제계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규제 3법을 연내 통과시키기로 방침을 정한 민주당으로서는 일방적 강행에 따른 ‘기업 발목잡기’ 비판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계에서는 “3중 규제를 2중 규제로 만드는 수준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與 공정경제 TF, 잠정 결론

기업규제 3법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의견 수렴을 전담한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에서는 10일 경제계에서 상법 개정안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감사위원은 이사 중에서 뽑는다. 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주주총회에서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최대주주 의사에 따라 이사와 감사위원이 정해진다.

민주당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소액주주가 최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 보고 있다. 기업의 감시·감독을 맡는 감사위원은 최소한 독립적으로 뽑아야 한다는 게 공정경제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할 때 ‘합산 3%룰’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TF 내 다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TF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을 ‘개별 3%’까지 각각 인정하는 방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 5명이 5%씩 총 25%의 지분을 가진 기업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안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이들 5명은 3%로 의결권이 제한된다. 여당안은 개별 3%까지 인정하기 때문에 이들은 의결권을 15%까지 행사할 수 있다.

상장협 “경영권 위협 4.6배 증가”

민주당이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개별 3%로 방향을 잡았지만, 경제계에서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안대로 개별 3%로 개정되더라도 외부 주주가 제안한 감사위원 후보자가 선임될 가능성이 현행 대비 4.6배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혁 상장협 정책2본부장은 “상법 개정안은 헤지펀드의 활보로 인한 심각한 경영권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법 개정안의 정부안과 여당안을 시뮬레이션해 봐도 일부 기업에는 경영권 위협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3조6218억원인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현행 상법으로는 외부 세력의 감사위원 선임이 불가능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6.51%로, 절반을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안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1087억원만 있으면 외부 세력이 감사위원 선임을 시도할 수 있다. 여당안대로 하면 3372억원만 있으면 된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손볼 듯

민주당은 또 다중대표소송제의 개선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안에 따르면 상장사 주주의 경우 0.01% 이상 지분을 가지면, 해당 상장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및 손자회사 임원에 대한 소송이 가능하다. 예컨대 시총이 37조3258억원에 달하는 셀트리온의 경우 37억원어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셀트리온의 자회사인 셀트리온제약 이사에 대한 소송이 가능하다. 셀트리온이 셀트리온제약의 지분을 54.97% 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에서는 일본처럼 지분 100% 자회사로만 대상을 제한하고, 남소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는 구체적인 대안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야는 기업규제 3법을 둘러싸고 이르면 16일부터 치열한 법리 공방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현/양병훈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