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앨범 '아이 엠 헤라' 전세계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
'DG 앨범 첫 한국곡' 소프라노 박혜상 "경계 허물고 싶었다"
세계 최대의 클래식 음반사인 도이치 그라모폰(DG)이 지난 6일 전 세계에 발매한 소프라노 박혜상(32)의 데뷔 앨범에는 한국 가곡 2곡이 포함됐다.

처음으로 한국곡을 담은 DG의 앨범으로,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이 담겼다.

박혜상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이어 DG 본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두 번째 한국인이다.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졸업 후 2015년 플라시도 도밍고가 주최한 오테팔리아 국제 성악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올해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돈 조반니'와 '헨젤과 그레텔'에서 각각 '체를리나'와 '그레텔'로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돼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 대신 데뷔 앨범을 내놓게 됐다.

박혜상은 1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G에서는 한국 가곡이 굉장히 낯설고, 아무도 불러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며 "그 경계를 허물고 싶다는 도전이 생겼다"고 한국곡 녹음 이유를 말했다.

이어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 한국인으로서의 책임감도 있다"면서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을 전달하기에는 한국곡 만한 게 없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자신의 리사이틀 때마다 한국 가곡을 부르며 외부에 알리고자 노력했던 그는 "한국 가곡을 더 많이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앨범 녹음작업을 하면서 느낀 소회를 밝혔다.

18곡으로 구성된 이 앨범에는 글루크, 페르골레시, 헨델, 모차르트. 로시니, 벨리니, 푸치니 등 유명 작곡가의 오페라 아리아가 담겼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교향악단 중 하나인 빈 교향악단과 지휘자 베르트랑 드 빌리가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DG 앨범 첫 한국곡' 소프라노 박혜상 "경계 허물고 싶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수록곡 중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중 '만일 원하신다면',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 등 3곡을 15분간 선보였다.

수브레트 아리아를 중심으로 구성된 곡에서는 박혜상만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귀엽고 발랄하면서 유머러스하게 멜로디를 표현했는데, 기지나 재치를 발휘하는 하녀의 역할이 인상적이었다.

박혜상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독일 녹음 일정이 취소됐지만, DG 측이 발품을 팔아 다행히 오스트리아 빈에서 녹음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DG도 코로나19 이후 첫 정식 녹음이라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오히려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더 많이 생겨 감사하다.

성장한 시간이 됐다"며 "녹음작업을 하며 음악에 대한 사랑을 느낀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수브레트 아리아가 마음에 들었다"며 "삶의 어려움과 고난을 헤쳐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브레트 아리아의) 유쾌함과 즐거움이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여주인공 로지나를 언급하면서 "작고 소소한 행복이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는 자아성이 강한 캐릭터라 너무 닮고 싶은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박혜상은 오는 14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음반 발매를 기념해 리사이틀을 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다.

다음 달 4~5일에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스타즈 온 스테이지 2020: 투나잇' 무대에도 스페셜 게스트로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