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원주-순천, 거리두기 1.5단계 상향속 수도권도 '위험'
은행-학원 등 감염고리 다양화…"억제보다 확산속도가 좀더 빨라"
지자체 줄줄이 1.5단계…지역-해외 동시확산속 세자리 이어갈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직장과 학원, 사우나, 경로당 등 다양한 일상 공간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간 주로 수도권의 코로나19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가족 행사나 찻집 모임 등을 고리로 소규모 발병이 잇따르는 양상이다.

이에 충남 천안·아산시와 강원 원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전남 순천시도 11일부터 1.5단계 대열에 합류했다.

방역당국은 현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2∼3주 뒤에는 수도권도 거리두기 격상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국에서 들어오는 확진자까지 다시 증가하는 추세여서 방역당국으로서는 지역감염과 해외유입 확산을 동시에 차단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명으로, 직전일인 9일(126명)보단 줄었지만 사흘째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 수를 일별로 보면 124명→97명→75명→118명→125명→145명→89명→143명→126명→100명 등으로 이 기간에 100명 선을 넘은 날이 7차례나 된다.

보통 한 주간 확진자 발생 흐름을 보면 검사 건수가 평일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주말과 휴일은 물론 주 초반까지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지난 주말부터 사흘 연속 100명대를 나타냈다.

전날 각 지방자치단체가 집계한 통계로 추정해 보면 이날 오전 발표될 신규 확진자 수도 1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증가세는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 더해 가족·지인모임, 직장, 지하철역, 찻집 모임, 경로당 등 일상 공간에서도 소규모 집단발병이 잇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경기 가평군의 한 보습학원과 관련해 지난 7일 첫 확진자(지표환자)가 발생한 이후 11명이 연이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아직 어디서 감염됐는지가 정확하지 않은 첫 환자에서 시작된 이번 감염은 그의 가족을 통해 학원과 학교, 노인일자리창업센터로 이어졌고, 이후 학원에 다니던 학생의 가족으로까지 n차 전파가 발생했다.

경남 사천시 부부 사례에서는 지난 8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0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 11명 중 경로당 방문자가 7명, 이들의 가족과 지인이 각 1명, 지표환자 가족 접촉자가 2명이다.

전남 순천에서는 신한은행 연향지점의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가족과 직장 동료 등 7명이 잇따라 감염됐다.

이후 은행을 방문한 이용객 1명과 인근 주민 2명 등 추가 확진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군포시 의료기관 및 안양시 요양시설 사례에서도 하루 새 확진자가 21명 늘어 누적 131명이 됐다.

해외유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신규 확진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8일(7명) 한 자릿수를 마지막으로 이후로는 17∼31명 사이를 오가며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전날까지 일별 확진자 수를 보면 19명→21명→31명→23명→18명→29명→20명→17명→28명→17명→25명→27명→29명 등이다.

13일 가운데 20명대를 나타낸 날만 9일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 3∼4주간의 양상을 보면 대규모 집단감염보다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감염 재생산 지수가 1 안팎으로, 확산 속도가 억제 속도보다 약간 더 빠른 상태"라고 밝혔다.

재생산지수란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수가 1이면 환자 1명이 1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의미로, 1을 넘어서면 방역 대응 속도가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다.

손 반장은 아울러 각 지역의 거리두기 1.5단계 격상 상황을 전하면서 "아직은 전국의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올릴 필요성은 떨어진다"면서도 "현 추세대로 환자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 2∼3주 뒤에는 격상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