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집중 투자"
“블랙록은 아시아 대체투자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가운데 은행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서 사모대출 규모도 지속적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마이클 데니스 블랙록 아시아태평양본부 대체투자전략부문 대표(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도 블랙록은 아시아 지역 투자를 줄이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랙록은 7조3000억달러(약 8200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사모펀드(PEF), 사모대출(PD), 부동산·인프라, 헤지펀드 등 4개 분야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블랙록의 대체투자 규모는 2400억달러(약 266조원) 수준이다.

데니스 대표는 “블랙록은 아태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만 전담하는 팀을 별도로 꾸려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 대만은 1순위 투자 대상 국가고, 호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은 2순위 그룹으로 분리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블랙록은 최근 대만에서 태양열 프로젝트 시행사의 지분 70%를 인수했고 작년에는 해상풍력발전단지에 투자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전통적인 인프라 자산 중에서는 공항 등 항공업 관련 시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투자자에게는 지금처럼 코로나19로 단기 타격을 입은 상황이 안정적인 자산을 값싸게 사들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항공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국내선과 단거리 관광 수요를 중심으로 항공업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며 이미 중국에서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대출 시장도 아태지역에서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사모 크레디트(회사채) 부문에서 117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블랙록의 자금력을 앞세워 아태지역 기업의 리파이낸싱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의 현금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아태지역 은행들은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특히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사례와 비슷하게 사모대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데니스 대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따른 투자 패턴이 대체투자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올해 초 ESG 기준을 모든 액티브 상품의 투자 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매력적인 투자 조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ESG 기준에 미달해 투자가 보류된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데니스 대표는 “기존의 투자 지표를 무시하고 ESG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사모투자자들의 장기투자 성향을 고려하면 ESG 측면에서 검증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블랙록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