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종전 3.5%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수출은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은 심해져 내년에도 경기가 빠르게 반등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KDI는 또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과 증세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KDI는 1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KDI는 지난 5월 3.9%로 추정했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3.5%로 낮춘 데 이어 이번에 0.4%포인트를 추가로 끌어 내렸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은 “제조업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서비스업의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여건을 종합할 때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서 서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간 소비는 코로나19로 소비활동 위축이 이어지면서 올해 4.3% 감소하는 기저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2.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KDI는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도 기대인플레이션과 수요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올해 0.5%에 이어 내년에도 0.7%의 낮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9월 전망한 -1.1%를 유지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올 성장률이 0.5%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재정지출이 늘어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은 문제라고 봤다. 정 실장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통제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지출구조조정과 수입 확대를 위한 증세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