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용의 디지털세상] '에너지 인터넷' 구축이 먼저다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미국 4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언론은 바이든의 가족사나 과거 발언에 근거한 미래 행보 예측으로 뜨겁다. 미국의 행보는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우리나라는 더더욱 미국의 정책과 전략에 민감해 미국 경제가 재채기를 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당연히 그의 행보에 관심이 큰 것 같다.

필자는 그의 환경 문제에 관한 발언에 주목한다. 바이든은 선거가 끝나고 대선의 승기를 잡은 시점에 “정확히 77일 안에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기후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아마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행정명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파리기후협약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맺은 협약으로, 모든 국가가 2020년부터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년 단위로 제출하고 이행하도록 돼 있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을 목표로 동참하게 돼 있다. 더 나아가 2050년에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일치되는 탄소 중립 국가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트럼프의 파리협약 탈퇴로 다소 혼란이 있었던 국제 환경 보호 움직임이 다시 동력을 얻으면서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산업별 대책 마련으로 분주하다.

사실 바이든의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선언이 아니었더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자는 것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이 이달 초 국내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다. 참여 기업이 초기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기업에서 중국, 인도 등의 기업으로 확산돼 지난 1일 현재 264개에 이르고 있다. 구글,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GM, BMW, 소니, 나이키, 이케아 등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 기업은 탄소공개프로젝트 위원회에 공식 등록해 참여하면서 납품사에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 기업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일조량 등 기상 여건이 양호하고, 사막과 같은 황무지가 많아 재생에너지 발전이 유리한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됐든 글로벌 기업의 자발적 동참 분위기이든 우리 기업들도 동참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형 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국가 주도 에너지 공급 정책은 결국 한계를 노출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대형 발전소를 중심으로 한 곳에서 대량의 에너지원을 통해 전력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 벗어나, 수많은 소규모 전력 생산 시설을 통해 다양한 자원 즉,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을 기반으로 전력을 만들어 내고 이들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묶어서 전력을 공급하는 시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통합 전력 플랫폼을 가상 발전소(virtual power plant)라고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수천수만의 가정이나 농가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통합해 마치 하나의 대형 발전소가 그런 것처럼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가상 발전소 개념은 마치 인터넷이 수많은 개인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한 플랫폼 사업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에너지 인터넷(internet of energy)’이라고도 부른다.

정부는 다행히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융합인 가상 발전소에 대한 기획이 안 보이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터넷이 우리 산업과 삶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처럼, 에너지 부분의 혁신이 될 수 있는 에너지 인터넷의 구축과 활성화는 바이든 시대를 여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글로벌 움직임을 볼 때 늦춰서는 안 될 우리의 미래 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