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핫바지 외교'와 '김칫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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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핫바지 외교'와 '김칫국 외교'](https://img.hankyung.com/photo/202011/AA.24392229.1.jpg)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최근 미국행(行)을 두고 말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쪽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것과 관련해 “곧 물러날 ‘핫바지 장관’과 뭘 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폼페이오는 지난달 일본과 동남아 방문 때 한국을 건너뛰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외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정부 여당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그림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했던 사람이라 궁합이 잘 맞는다”거나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고, 대북 특사도 파견하자”는 등의 말을 중구난방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김칫국 외교’로 낭패를 본 사례가 많다. 지난 4월에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고 섣불리 발표했다가 역공을 당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김칫국 마시다’는 문장을 리트윗하면서 ‘알이 부화하기 전 닭을 세다(to count one’s chickens before they hatch)’라는 영문 설명까지 덧붙였다.
고려 때 서희 장군이 거란군을 물리치고 강동 6주까지 되찾은 것은 국제정세를 면밀히 분석하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꿰뚫어 본 덕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외교 역량은 탁월한 국제감각과 협상력의 총합이다. 국립외교원 뜰에 동상으로 서 있는 서희라면 지금 어떻게 할까. ‘세 닢으로 이웃을 살 수 있는 지혜’까지 알 듯한데….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