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안보도 다음 정부로…직접 정한 목표 바꾼 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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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말한 식량 자급률 목표가 당초 2022년까지 달성하기로 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인 2018년 수립한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정부가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목표수립부터 연구개발, 시장육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을 4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품종과 재배기술 향상에 힘쓰는 한편, 국산 장류와 두부, 밀 가공품 소비를 확대하겠다"며 "해외 곡물 조달 능력을 확충하고,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안전한 식량 자급자족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곡물의 자급률 목표치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2022년까지 달성하겠다며 내놓은 수치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발표한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2022년까지 밀은 9.9%, 콩은 45.2%까지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자급률 제고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농정 공약 중 하나로 임기 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기한을 2022년까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동일한 자급률 목표치의 달성 기한을 2030년으로 못박으면서 임기 내에는 정책을 달성할 수 없으며, 자급률 제고 정책이 10년 가량 퇴보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이 후퇴한 것은 자급률 제고를 위한 목표수립부터 연구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에 세운 목표 자체가 애초에 달성 불가능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수년째 생산량이 줄고 있는 작물의 자급률을 단기간에 급격히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당시 밀과 콩의 자급률은 각각 1%, 25% 수준이었다. 4년 안에 2~10배 가량 자급률을 높여야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였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의 R&D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농진청이 종자 개발 등 농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이 지난 4년간 1114억원을 투입해 301개 종자를 개발했지만 농가 보급은 120건 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은 "농진청 연구 과제 중 실패 사례가 없다"며 "안전한 연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진청은 밀 연구팀을 연구부로 격상해 전담 연구원 수를 늘리고 있지만 현재의 연구 풍토에선 조직을 확대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밀산업발전법을 기반으로 밀 생산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정부의 밀 비축사업을 진행하고 군과 학교 등에 국산밀 가공품을 구매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미 올 들어 밀 재배면적이 40% 증가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농업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투입만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민간 수요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여 국산 곡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개선을 통해 수입 곡물 대비 우월성을 확보하면 민간 중심의 수요도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식품자급률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8%였다. 곡물 자급률은 21% 등으로 낮은 편이었다. 밀은 약 0.7%, 콩은 26.7% 정도로 나타났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크게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량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식량 안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자급률 제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2030년까지 밀 자급률을 10%로, 콩 자급률을 45%까지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품종과 재배기술 향상에 힘쓰는 한편, 국산 장류와 두부, 밀 가공품 소비를 확대하겠다"며 "해외 곡물 조달 능력을 확충하고, 지역에서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안전한 식량 자급자족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제시된 곡물의 자급률 목표치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기 2022년까지 달성하겠다며 내놓은 수치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월 발표한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발전계획'에서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제시했다. 2022년까지 밀은 9.9%, 콩은 45.2%까지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자급률 제고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농정 공약 중 하나로 임기 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기한을 2022년까지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동일한 자급률 목표치의 달성 기한을 2030년으로 못박으면서 임기 내에는 정책을 달성할 수 없으며, 자급률 제고 정책이 10년 가량 퇴보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이 후퇴한 것은 자급률 제고를 위한 목표수립부터 연구개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에 세운 목표 자체가 애초에 달성 불가능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수년째 생산량이 줄고 있는 작물의 자급률을 단기간에 급격히 끌어올린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다. 당시 밀과 콩의 자급률은 각각 1%, 25% 수준이었다. 4년 안에 2~10배 가량 자급률을 높여야하는 비현실적인 목표였다는 지적이다.
농촌진흥청의 R&D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농진청이 종자 개발 등 농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농진청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이 지난 4년간 1114억원을 투입해 301개 종자를 개발했지만 농가 보급은 120건 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은 "농진청 연구 과제 중 실패 사례가 없다"며 "안전한 연구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진청은 밀 연구팀을 연구부로 격상해 전담 연구원 수를 늘리고 있지만 현재의 연구 풍토에선 조직을 확대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밀산업발전법을 기반으로 밀 생산기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정부의 밀 비축사업을 진행하고 군과 학교 등에 국산밀 가공품을 구매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미 올 들어 밀 재배면적이 40% 증가했다는 설명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 수요를 늘리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농업 관련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투입만으로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민간 수요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생산 효율성을 높여 국산 곡물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품질 개선을 통해 수입 곡물 대비 우월성을 확보하면 민간 중심의 수요도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간한 ‘식품자급률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5.8%였다. 곡물 자급률은 21% 등으로 낮은 편이었다. 밀은 약 0.7%, 콩은 26.7% 정도로 나타났다. 세계식량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해 크게 높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식량 가격 변동이 심해지면 식량 안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자급률 제고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