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50주기] ④"일터로 돌아가야죠"…하청노동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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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 182일' 김정남 아시아나케이오 노조 지부장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돼…명예롭게 정년 맞고 싶어" "날이 춥고 대로변이라 차 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때가 많죠. 그래도 10년을 다닌 회사인데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예롭게 정년을 맞고 싶습니다.
"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 182일 차를 맞은 김정남(59)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명예'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복직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50주기(13일)를 앞두고 김 지부장은 입고 있던 조끼 위에 `전태일' 배지를 달았다.
금호아시아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항공기 수하물 분류업무를 해온 그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천막 농성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회사는 직원 368명 중 200명을 5월 초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김씨를 포함해 휴직 방침에 동의하지 않은 8명은 정리해고됐다.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와 복직 판정을 내렸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청구했다.
김 지부장은 "재벌이 언제나 해온 `시간 끌기' 방식"이라며 "중노위에서도 부당해고라고 하면 법원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종각역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친 천막은 번번이 철거됐다.
노조는 천막 대신 소형 텐트를 치면서까지 회사 앞을 지켰다.
유난히 많은 비에 태풍까지 잦았던 올해 절반 이상을 천막에서 보낸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어있었다.
천막 안에 텐트를 하나 더 쳤지만,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김 지부장은 "천막이 있어도 회사 사람이나 공무원 누구 하나 나와보지 않는다"며 "청와대 앞에도 가봤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가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총 2조4천억원을 받게 됐다.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한 지원이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경우 정부 방침은 `권고'에 그쳐 사측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김 지부장은 "무급휴직을 명분으로 한 인원 감축 의도로 보인다"며 "당장 회사에서 필수인력이라며 170여명을 출근시키고 있는데 이들은 초과근무까지 한다.
이럴 거면 노조가 요구한 무급휴직자 순환근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요할 때는 썼다가 어려워지니 10여년씩 최저임금만 받고 일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내치는 꼴"이라며 "회사는 박삼구 회장에게 수억원씩 배당금을 주면서도 월급이 끊어진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무급휴직자 상당수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해고당한 8명 중 2명도 다른 직업을 찾았지만 남은 해고자 6명은 돌아가며 천막에서 밤을 지새운다.
김 지부장은 "아직은 건강이 괜찮아 계속 싸울 생각"이라며 "정년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꼭 일터로 돌아가 명예로운 아빠, 명예로운 남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돼…명예롭게 정년 맞고 싶어" "날이 춥고 대로변이라 차 소리에 잠을 이루기 힘들 때가 많죠. 그래도 10년을 다닌 회사인데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명예롭게 정년을 맞고 싶습니다.
"
1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천막농성 182일 차를 맞은 김정남(59)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명예'라는 단어를 반복하면서 복직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50주기(13일)를 앞두고 김 지부장은 입고 있던 조끼 위에 `전태일' 배지를 달았다.
금호아시아나 하청업체 소속으로 항공기 수하물 분류업무를 해온 그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천막 농성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황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 회사는 직원 368명 중 200명을 5월 초부터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김씨를 포함해 휴직 방침에 동의하지 않은 8명은 정리해고됐다.
지난 7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와 복직 판정을 내렸지만, 사측은 이에 불복하고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청구했다.
김 지부장은 "재벌이 언제나 해온 `시간 끌기' 방식"이라며 "중노위에서도 부당해고라고 하면 법원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했다.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종각역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 친 천막은 번번이 철거됐다.
노조는 천막 대신 소형 텐트를 치면서까지 회사 앞을 지켰다.
유난히 많은 비에 태풍까지 잦았던 올해 절반 이상을 천막에서 보낸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어있었다.
천막 안에 텐트를 하나 더 쳤지만,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김 지부장은 "천막이 있어도 회사 사람이나 공무원 누구 하나 나와보지 않는다"며 "청와대 앞에도 가봤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가동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총 2조4천억원을 받게 됐다.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한 지원이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경우 정부 방침은 `권고'에 그쳐 사측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김 지부장은 "무급휴직을 명분으로 한 인원 감축 의도로 보인다"며 "당장 회사에서 필수인력이라며 170여명을 출근시키고 있는데 이들은 초과근무까지 한다.
이럴 거면 노조가 요구한 무급휴직자 순환근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필요할 때는 썼다가 어려워지니 10여년씩 최저임금만 받고 일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내치는 꼴"이라며 "회사는 박삼구 회장에게 수억원씩 배당금을 주면서도 월급이 끊어진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해진 무급휴직자 상당수는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해고당한 8명 중 2명도 다른 직업을 찾았지만 남은 해고자 6명은 돌아가며 천막에서 밤을 지새운다.
김 지부장은 "아직은 건강이 괜찮아 계속 싸울 생각"이라며 "정년이 얼마 남지도 않았다.
꼭 일터로 돌아가 명예로운 아빠, 명예로운 남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