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받고 오겠습니까?"…산업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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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년 경력의 민간기업 임원 출신 미래자동차 전문가를 원한다는데, 그런 전문가 중 공무원 수준 월급 받고 과장으로 올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산업부 관계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17일까지 서류 접수가 마감되는 미래자동차산업과 과장 공모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미래 자동차 분야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춘 민간 경력자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파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적합한 인재를 뽑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돼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9200만원)보다 중앙부처 과장 월급이 낮은 게 문제"라는 자조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개방형 직위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대신 특별한 인재는 고액 연봉을 지급해 모셔오고 '큰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산업부는 미래차과 과장으로 민간 경력자를 채용키로 하고 오는 17일까지 개방형직위 지원 서류를 받은 뒤 내년 1월까지는 적임자를 임용키로 했다. 하지만 산업부 내부에서는 민간 전문가 선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부가 원하는 '경력이 풍부한 민간 출신 전문가'를 뽑기에는 처우가 열악해서다.
비슷한 직위(개방형 4호)의 지자체 채용 사례 등을 보면, 미래차과 과장이 받게 될 연봉은 세전 9198만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민간 기업들이 연봉 수억원을 줘가며 관련 전문가를 앞다퉈 모셔오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봉 상한은 없다"면서도 "정부의 인건비 기준을 보면 다른 공무원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받는 연봉을 비슷하게라도 맞춰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결국 미래차 과장으로 자동차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출신 인물이 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조건으로는 민간 인재 선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동차연구원 출신을 뽑으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은 보장될 수 있지만 신산업 정책에 민간의 시각을 가미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어긋나게 된다"고 짚었다.
산업부가 최근 통상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신통상질서정책관을 개방형 직위에서 내부 직위로 돌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한 정부 관계자는 "해당 직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통상질서정책관은 일반적으로 국가간 소송 및 송무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데,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돼 국가간 소송이 잦아지면서 이 직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직위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정부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차과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차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체 차 산업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산업의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정책은 앞으로도 자동차과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료들은 "개방형 직위 제도 자체가 민간 전문가를 뽑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료는 "교수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은 3년정도 개방형 직위로 근무한 뒤에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민간 인사는 다시 구직을 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최고 수준의 인재는 잘 오지 않고 결국 '그 밥에 그 나물'들만 뽑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각 부처에서는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방형 직위 의무 비율을 줄여 '면피성 인사'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대신 최고 수준의 전문가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 공직 사회의 질서에서 한 걸음 벗어나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 돈을 보고 공무원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커리어나 자아실현 측면에서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적합한 인재를 일단 뽑은 뒤에는 제대로 일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역전승을 이끈 스타 변호사 출신의 정하늘 과장 같은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월급이 절반 이상 깎이면서도 공직으로 와 큰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17일까지 서류 접수가 마감되는 미래자동차산업과 과장 공모를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미래 자동차 분야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갖춘 민간 경력자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파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다면 적합한 인재를 뽑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돼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국내 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9200만원)보다 중앙부처 과장 월급이 낮은 게 문제"라는 자조도 나온다. 전문가들이 “개방형 직위 의무비율을 폐지하는 대신 특별한 인재는 고액 연봉을 지급해 모셔오고 '큰 일'을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20년 경력 민간기업 임원 출신, 연봉은 공무원 과장급?
지난 3일 산업부와 행정안전부는 미래차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직제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미래차과는 기존 자동차항공과 등 다른 조직이 나눠 담당했던 미래차 산업 진흥 업무 등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차 분야의 기술개발·사업화, 보급 활성화, 산업 인프라 조성, 연관산업 융·복합, 글로벌 규제 대응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달 성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미래차 산업 진흥을 위해 관련 과를 신설하고, 과장으로 민간 출신 전문가를 뽑겠다”고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산업부는 미래차과 과장으로 민간 경력자를 채용키로 하고 오는 17일까지 개방형직위 지원 서류를 받은 뒤 내년 1월까지는 적임자를 임용키로 했다. 하지만 산업부 내부에서는 민간 전문가 선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산업부가 원하는 '경력이 풍부한 민간 출신 전문가'를 뽑기에는 처우가 열악해서다.
비슷한 직위(개방형 4호)의 지자체 채용 사례 등을 보면, 미래차과 과장이 받게 될 연봉은 세전 9198만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소·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민간 기업들이 연봉 수억원을 줘가며 관련 전문가를 앞다퉈 모셔오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봉 상한은 없다"면서도 "정부의 인건비 기준을 보면 다른 공무원들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받는 연봉을 비슷하게라도 맞춰주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결국 미래차 과장으로 자동차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출신 인물이 선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조건으로는 민간 인재 선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동차연구원 출신을 뽑으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은 보장될 수 있지만 신산업 정책에 민간의 시각을 가미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어긋나게 된다"고 짚었다.
"개방형 직위, 중요한 자리는 안뽑아…유명무실" 비판도
관가에서는 개방형 직위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사혁신처 규정에 따라 과장급 인사 중 일정 비율 이상을 개방형 직위로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적합한 전문가를 선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비율을 맞추기 위해 덜 중요한 자리들을 '면피용'으로 개방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산업부가 최근 통상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신통상질서정책관을 개방형 직위에서 내부 직위로 돌리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 같은 결정을 놓고 한 정부 관계자는 "해당 직위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신통상질서정책관은 일반적으로 국가간 소송 및 송무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데,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돼 국가간 소송이 잦아지면서 이 직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직위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정부 대응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차과장을 개방형 직위로 뽑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시각도 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차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체 차 산업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관련 산업의 비중이 여전히 절대적이기 때문에, 자동차 관련 정책은 앞으로도 자동차과가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료들은 "개방형 직위 제도 자체가 민간 전문가를 뽑기 어려운 구조"라고 입을 모았다. 한 관료는 "교수나 국책연구기관 연구원 등은 3년정도 개방형 직위로 근무한 뒤에도 원래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민간 인사는 다시 구직을 해야 한다"며 "그러다보니 최고 수준의 인재는 잘 오지 않고 결국 '그 밥에 그 나물'들만 뽑게 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각 부처에서는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방형 직위 의무 비율을 줄여 '면피성 인사'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하고, 대신 최고 수준의 전문가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 공직 사회의 질서에서 한 걸음 벗어나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실 돈을 보고 공무원을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커리어나 자아실현 측면에서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적합한 인재를 일단 뽑은 뒤에는 제대로 일을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역전승을 이끈 스타 변호사 출신의 정하늘 과장 같은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월급이 절반 이상 깎이면서도 공직으로 와 큰 성과를 거둔 인물"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