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격찬했던 론 클레인(59·사진)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클레인은 2009년 바이든이 부통령에 취임했을 때 초대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올해 대선에서도 지근거리에서 바이든에게 자문한 30여 년 측근이다.

바이든은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클레인을 초대 비서실장에 발탁했다며 “깊고 다양한 경륜을 갖춘 인물이자 위기의 시기에 국가를 단합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클레인은 트윗에서 “대통령 당선인의 신뢰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차기 백악관에서 재능 있고 유능한 팀을 이끄는 데 자신의 모든 걸 바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출생으로 조지타운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클레인은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한 지난 4월 트윗에서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후 한국은 사망자가 많지 않은 반면 미국은 사망자가 많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코로나19를 강력히 통제했고 검사, 추적 등 응당 해야 할 조치들을 했다며 “리더십이 문제”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지적하며 한국을 성공 사례로 거론한 것이다.

클레인은 에볼라 사태가 심각하던 2014년 백악관 직속으로 바이러스 분야 업무를 총괄하는 ‘에볼라 차르’에 임명돼 사태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바이든이 초대 비서실장으로 클레인을 고른 건 그만큼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레인이 오랫동안 바이든과 손발을 맞춰왔다는 점도 발탁 배경이다. 클레인은 1989년 당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이었던 바이든의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이후 바이든이 상원 법사위원장일 때 수석보좌관을 지냈고,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됐을 땐 초대 부통령 비서실장(2009~2011년)을 맡았다. 올해 대선에서도 바이든의 TV토론 준비에 많은 역할을 했다. 바이든은 성명에서 “클레인은 오랜 기간 나에겐 가치를 따질 수 없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클레인을 “법률 마인드와 정치적 귀를 지닌 전략가”라며 바이든이 클레인을 택한 건 혼란했던 백악관의 모습과 결별을 위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비서실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