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개인투자자가 청약할 수 있는 공모주 물량 비중이 전체의 30% 선으로 늘어난다. 일정 증거금만 내면 누구나 공모주를 받도록 균등배정·추첨제도 도입한다. 하지만 시장 원리에 반하는 데다 자칫 기업공개(IPO) 활성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금융위원회와 금투협은 지난 8월부터 공모주 배정 방식 변경 등 IPO 제도 개편안을 논의해 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청약증거금을 많이 낸 사람이 많은 물량을 배정받는 현행 방식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유리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개편안은 개인의 공모주 투자 기회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현재 전체의 20%로 묶여 있는 개인 의무배정 비율을 25%까지 늘렸다. 대신 하이일드펀드에 주어진 공모주 우선배정 물량은 10%에서 5%로 줄이기로 했다. 연말 만료 예정이었던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은 2023년 말까지 연장한다.

IPO 과정에서 발행사 임직원에게 우선 배정하는 우리사주 청약분(20%)에서 미달이 발생한 경우, 최대 5%까지 개인에게 배정하기로 했다. 2017~2019년 우리사주 평균 배정 물량은 유가증권시장 11%, 코스닥시장은 5%에 그쳤다. 미청약으로 남은 물량은 전부 기관투자가에 돌아갔다. 하이일드펀드 우선배정 축소분(5%)과 우리사주 미청약분(5%) 등을 감안하면 개인에게 배정되는 공모주 물량 비중은 현재 20%에서 최대 30%로 늘어나게 된다.

개인 물량 중 절반가량은 균등배정 또는 추첨제 방식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균등배정은 일정 증거금을 납부한 모든 청약자에게 공모주를 똑같이 나눠주는 것을 뜻한다. 물량 대비 청약자가 너무 많아 경쟁이 치열할 때 추첨을 통해 배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주 배정에서 개인 비중을 줄이고 기관 비중을 점차 높여간 기존 IPO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우려가 나왔다. 한 대형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개인 배정 물량이 늘어나면 인수 주관을 맡은 증권사의 미매각 물량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 시장에는 개인 의무배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