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항의 시위서 경찰이 총기발사…거센 비판에 경찰 책임자 경질
멕시코 휴양지 캉쿤서 시위대 향한 경찰 발포에 분노 확산
멕시코 휴양지 캉쿤에서 여성폭력 항의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발포 사실이 알려져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레포르마 등 멕시코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수도 멕시코시티에서는 캉쿤에서의 경찰 발포와 잇단 여성 살해사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은 시위대를 둘러싼 경찰들에 물과 페인트 등을 뿌리며 "당신들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소리쳤다.

경찰 폭력에 대한 항의 시위가 캉쿤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한 것이다.

문제의 경찰 발포는 지난 9일 일어났다.

당시 캉쿤에서는 실종됐던 20세 여성이 폭행당한 흔적이 있는 시신으로 발견됐고, 잇따르는 잔혹한 여성 살해에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나왔다.

9일 밤 시위대가 시청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실탄을 발사했다.

현장 영상에는 경찰이 총구를 위로 겨눈 채 발포하고, 놀란 시위대가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멕시코 휴양지 캉쿤서 시위대 향한 경찰 발포에 분노 확산
격렬한 시위가 잦고,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도 끊이지 않는 멕시코지만,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현장에선 기자 2명이 총상을 입는 등 부상자도 나왔다.

시위대와 국제인권단체 등은 반발하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멕시코 지부도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규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무기를 사용하거나 총을 쏴서는 안 된다.

권위주의적인 행동은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당시 시위에서 연행된 뒤 경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들의 주장도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캉쿤이 속한 킨타나로오주의 경찰 책임자인 치안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하루 평균 10명의 여성이 살해되는 멕시코에선 정부의 무관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과잉 진압으로 여성 시위대의 분노도 더욱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은 휴양도시 캉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캉쿤은 최근 잇단 대서양 허리케인으로 이중고를 겪어왔는데 끔찍한 여성 살해사건과 계속되는 시위로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