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중국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한 마윈에 격노해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중단을 직접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앤트그룹은 마윈이 창업한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 중단은 시진핑 주석이 직접 내린 결정이라고 해당 문제에 정통한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마윈의 지난달 24일 연설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당국자들에게 조사를 벌여 앤트그룹의 IPO를 사실상 중단시키도록 지시했다. 이로 인해 세계 증시 사상 최대 규모로 기대된 앤트그룹의 IPO가 결국 이달 3일 중단됐다는 것이다.

앤트그룹은 IPO 규모가 350억 달러(약 38조9700억원)에 달해 작년 12월 역대 최대 IPO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294억 달러(약 32조73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앞서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 연설에서 당국이 위험 방지를 지상 과제로 앞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중국의 금융 시스템 문제를 건전성 문제가 아니라 금융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기능 부재'라고 규정하면서 대형 국유 은행들이 담보가 있어야 대출을 해주는 '전당포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은 마윈의 발언을 자신의 통치와 공산당이 구축해놓은 안정성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여겼다고 WSJ는 전했다. 공산당 고위 관료들도 매우 분노했고 오랫동안 금융 규제 강화를 요구했던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총괄이었던 에스워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앤트그룹과 중국 공산당은 매우 복잡한 관계"라며 "앤트그룹은 더이상 정부기관이 통제하기에 지나치게 크거나 영향력 있는 회사로 비춰지지 않을 것이며, 마윈의 연설이 정부가 행동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