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북쉘프=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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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창업자가 68세에 글쓰기 수업을 들은 이유
슈독(필 나이트 著)
2006년 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퍼드대 캠퍼스. ‘창의적 글쓰기’ 수업이 한창인 강의실에서 한 남자가 노트에 무언가를 바쁘게 적으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검은색 재킷을 걸친 채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역시나 흰색 나이키 모자를 눌러쓴 남자였다.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은 다른 학생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남자의 나이는 60대 후반으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할아버지뻘이었다. 젊은 시절 갖지 못했던 배움의 기회를 찾아 뒤늦게 대학교 문을 두드린 만학도일까? 아니면 은퇴 이후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을 걸까?
그 사정이야 어찌 됐든 이 남자는 젊은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매번 과제를 제출했고, 그런 뒤에는 함께 책상에 둘러앉아 그 내용을 두고 토론했다. 가끔은 수업이 끝나고 젊은 학생들과 맥주를 즐기기도 했다. 그의 아내도 종종 이 자리에 함께했던 걸 보면 그가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3학기 동안 영문학과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다른 학생들과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매주 전용 제트기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것 정도였다.
그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벤 스틸맨은 그에 대해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헤밍웨이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다”며 "그는 수업에 매우 열정적이었고 강한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난 2007년 1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엔 한 편의 기사가 실렸다. ‘스탠퍼드대의 미스터리 : 하얀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이 나이 든 남자는 누구일까?’ (Stanford Mystery: Who's the Old Guy In the White Nikes?)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대체 이 남자가 누구길래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미국 최고의 경제매체에 그 이야기가 실린 걸까?
10년이 흐른 2016년 미국에선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Shoe Dog)이 출간됐다. 평소 대중매체에 자신의 개인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리던 그였지만 책에선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숨김없이 말했다. 나이키를 창업하고 키워내면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은 물론이고, 결혼 전 사귀었던 옛 여자 친구와의 짧았던 연애 스토리까지 모조리 책에 담아냈다.
오리건대 육상선수였던 그는 대학시절 항상 다른 이의 등을 보고 달려야만 했다. 육상 선수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그는 이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한 수업에서 ‘일본에서 만든 운동화를 미국에 수입해다 팔면 괜찮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자신의 구상을 실천으로 옮긴다.
1964년 필 나이트가 처음으로 수입해 들여온 물량은 운동화 300켤레였다. 한 켤레에 3달러 33센트씩 해서 1000달러를 주고 들여왔다. 처음에는 이 1000달러도 없어서 아버지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따위 신발을 팔러 다니려는 생각을 했니?”, 이때 필 나이트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설득 덕분에 그는 아버지에게서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이렇게 들여온 운동화를 집 지하실에 쌓아두고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 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나는 이것이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충고임을 믿는다.”
어떤 위대한 기업도 첫 순간은 단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시작된다. 스물여섯 살 청년이 보따리 장사로 시작한 1인 기업을 세계 최대 규모의 회사로 키워낸 과정을 읽다 보면 분명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읽었던 그 어떤 기업인 자서전보다 흥미진진했다. 재미와 비즈니스 교훈, 둘 모두를 얻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슈독(필 나이트 著)
2006년 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퍼드대 캠퍼스. ‘창의적 글쓰기’ 수업이 한창인 강의실에서 한 남자가 노트에 무언가를 바쁘게 적으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검은색 재킷을 걸친 채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역시나 흰색 나이키 모자를 눌러쓴 남자였다.
수업에 열중하는 모습은 다른 학생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남자의 나이는 60대 후반으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할아버지뻘이었다. 젊은 시절 갖지 못했던 배움의 기회를 찾아 뒤늦게 대학교 문을 두드린 만학도일까? 아니면 은퇴 이후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을 걸까?
그 사정이야 어찌 됐든 이 남자는 젊은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했다. 다른 학생들처럼 매번 과제를 제출했고, 그런 뒤에는 함께 책상에 둘러앉아 그 내용을 두고 토론했다. 가끔은 수업이 끝나고 젊은 학생들과 맥주를 즐기기도 했다. 그의 아내도 종종 이 자리에 함께했던 걸 보면 그가 진심으로 기쁜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3학기 동안 영문학과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다른 학생들과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매주 전용 제트기를 타고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것 정도였다.
그와 함께 수업을 들었던 벤 스틸맨은 그에 대해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헤밍웨이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다”며 "그는 수업에 매우 열정적이었고 강한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난 2007년 1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엔 한 편의 기사가 실렸다. ‘스탠퍼드대의 미스터리 : 하얀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은 이 나이 든 남자는 누구일까?’ (Stanford Mystery: Who's the Old Guy In the White Nikes?)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대체 이 남자가 누구길래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미국 최고의 경제매체에 그 이야기가 실린 걸까?
10년이 흐른 2016년 미국에선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Shoe Dog)이 출간됐다. 평소 대중매체에 자신의 개인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꺼리던 그였지만 책에선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해 숨김없이 말했다. 나이키를 창업하고 키워내면서 겪었던 수많은 경험은 물론이고, 결혼 전 사귀었던 옛 여자 친구와의 짧았던 연애 스토리까지 모조리 책에 담아냈다.
오리건대 육상선수였던 그는 대학시절 항상 다른 이의 등을 보고 달려야만 했다. 육상 선수로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그는 이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한 수업에서 ‘일본에서 만든 운동화를 미국에 수입해다 팔면 괜찮은 비즈니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자신의 구상을 실천으로 옮긴다.
1964년 필 나이트가 처음으로 수입해 들여온 물량은 운동화 300켤레였다. 한 켤레에 3달러 33센트씩 해서 1000달러를 주고 들여왔다. 처음에는 이 1000달러도 없어서 아버지에게 손을 벌려야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따위 신발을 팔러 다니려는 생각을 했니?”, 이때 필 나이트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말이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어머니의 설득 덕분에 그는 아버지에게서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이렇게 들여온 운동화를 집 지하실에 쌓아두고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말자.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는 멈추는 것을 생각하지도 말자. 그리고 그 곳이 어디인지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멈추지 말자. 나는 이것이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충고임을 믿는다.”
어떤 위대한 기업도 첫 순간은 단 한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시작된다. 스물여섯 살 청년이 보따리 장사로 시작한 1인 기업을 세계 최대 규모의 회사로 키워낸 과정을 읽다 보면 분명 깨닫게 되는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읽었던 그 어떤 기업인 자서전보다 흥미진진했다. 재미와 비즈니스 교훈, 둘 모두를 얻고 싶은 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