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숨은 뇌관' 내부회계관리제도
자산 5000억 넘는 240개 기업, 장부정리 '발등의 불'
매출 전표·지출 내역뿐 아니라 '조작 방지 절차' 갖춰야
대기업도 어려운 숙제, 1년 뒤엔 코스닥 中企까지 적용
금융당국·회계업계는 "투자자 보호 위해 필요한 조치"
작년 첫 대상이 됐던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올초 자산 5000억원 이상 기업으로 기준이 확대됨에 따라 240여 개사가 추가된 데 이어 1년여 뒤인 2022년부터는 1000억원 이상 기업, 2023년엔 모든 상장사가 내부회계관리 감사를 받아야 한다.
중견기업 내부회계관리 12% 불과
코스닥 기업은 내부회계관리 항목에서 2년 연속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른다. 상당수 중견·중소기업은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내부회계관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이 최근 시행한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감사 대상이 된 기업의 20%가 실질적인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체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12%에 그쳤다.내부회계관리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는 일은 간단치 않다. 예전엔 지출과 매출 자료 등을 재무담당 부서가 특별한 검증 없이 취합해 처리했지만 내부회계관리 대상이 되면 별도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도 문서화해야 한다. 숫자뿐 아니라 회계장부(전자장치)의 위·변조와 파기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까지 감사 대상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영업 등 일선에서 올린 전표를 일일이 체크하고 세금 납부 내역 등을 확인했다는 문서까지 작성하느라 재무팀 직원들의 일이 크게 늘었다”며 “경영진 횡령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 상대방이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인지까지 확인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대상이 됐던 상당수 대기업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내부통제팀을 새로 꾸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회계사 20여 명이 들어와 약 50일 동안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한 뒤에야 적정 의견을 받았다. 건설회사들은 재고, 공사 기성액 등 숫자가 복잡해 이 과정이 더 오래 걸린다. GS건설은 지난해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평가와 운영평가를 받는 데 꼬박 118일을 썼다. 지난해 160개 대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받았는데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기업에 아시아나항공과 예스코홀딩스 등 네 곳이 포함됐다. 올해 추가된 기업들의 준비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초 내부회계 부문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는 기업이 여럿 나올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 보호 위한 안전장치 필요”
금융당국과 회계업계에선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선 상장사 내부통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코스닥 기업의 분식회계나 횡령으로 투자자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며 “상장사라면 최소한의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상장사 중에서도 회사 재무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곳이 많다”며 “기업의 투명성 제고와 소액주주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평가했다.기업들이 효율성 위주의 경영을 하다 보니 기업의 규모 성장에 비해 재무회계 부문은 뒤처졌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를 검토받게 한 조치는 이미 15년 전 시작됐다”며 “실무자가 마음대로 자금을 횡령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 내부회계관리제도
기업의 재무제표 오류와 횡령·자금유용 등 부정을 막기 위해 마련된 영업과 재무 관련 업무 전반에 관한 내부통제 시스템. 신외감법 시행으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현일/김진성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