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부펀드 "지엘라파서 스푸트니크 V 백신 연 1억5천만회분 생산 합의"
임상 3상 앞서 1·2상 뒤 국가 승인받아 효능과 안전성 우려 여전


국내 바이오기업 지엘라파(GL Rapha)가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맡기로 했다고 '러시아직접투자펀드'(Russian Direct Investment Fund, RDIF)가 13일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부펀드인 RDIF는 이날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RDIF와 한국의 바이오테크 유수 업체인 지엘라파가 세계 최초로 승인된 '스푸트니크 V' 백신 1억5천만회분 이상(연간)을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한 협정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올 12월부터 지엘라파에서 생산에 들어가 내년 1월 세계 시장 수출용 공급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RDIF는 전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엘라파,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생산키로"
스푸트니크 V 백신은 러시아 정부가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승인(공식등록)한 코로나19 백신이다.

러시아 보건부 산하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하고, RDIF가 지원했다.

당시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3단계 임상시험(3상)을 건너뛴 채 1상, 2상 뒤 곧바로 러시아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러시아 정부와 RDIF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과를 지속해서 홍보해왔다.

RDIF는 지난 11일 백신 홍보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효과가 92%에 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는 백신 3상 시험에 참여한 2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백신 접종자와 플라시보(가짜 약) 투약자 간 비율을 근거로 한 것이라고 RDIF는 설명했다.

RDIF는 백신 접종자에게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진행 중인 임상 3상 중간 결과를 조만간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주민 자원자 가운데서 선발한 약 4만명이 두 차례 접종으로 이루어지는 스푸트니크 V 3상 시험에 참여중이다.

이 가운데 2만명 이상이 1차 접종을, 1만6천명 이상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RDIF는 전 세계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12억회분 이상의 스푸트니크 V 백신 구매 신청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수출용 제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인도, 브라질, 중국 등에서 RDIF 파트너들이 생산할 예정이다.

RDIF는 이들 파트너와의 계약을 통해 연간 약 5억 회분의 스푸트니크 V가 러시아 외 국가에서 생산 가능하다고 밝혔다.

RDIF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스푸트니크 V는 인간 아데노바이러스 운반체 기반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라며 "이제 글로벌 수요에 맞춰 백신을 충분히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파트너사인 지엘라파의 협력과 공동 노력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RDIF가 한국의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소개한 지엘라파는 의약품 수출 업체로, 2018년 정부의 컨설팅 지원을 받아 요르단에 30억원 규모의 항생제 수출계약을 체결한 성과로 주목받기도 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대응에서 세계적 모범을 보이고 있는 한국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국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러시아는 프랑스에도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온라인 통신 뉴스루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스푸트니크 V 생산을 위해 러시아 기관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간 협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마크롱은 이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지엘라파,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생산키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