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6위 마이크론에 따라잡혔다"…반도체 업계 '발칵'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반도체 전문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인터뷰
마이크론 세계 최초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아직 개발 중'
D램 기술 격차도 '3년'에서 '6개월'로 좁혀져
황 교수 "세 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마이크론이 반 걸음 뒤에 있는 것"
마이크론 세계 최초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아직 개발 중'
D램 기술 격차도 '3년'에서 '6개월'로 좁혀져
황 교수 "세 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마이크론이 반 걸음 뒤에 있는 것"
지난 10일 한국 반도체 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 메모리를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최근 낸드플래시 업체들은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높게 쌓아 저장 용량이 큰 제품을 만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8단 제품이 주력이고 176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빌딩으로 비유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고 128층 빌딩을 짓고 있는데 마이크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76층 빌딩을 완공해 분양한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선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먹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D램(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없어지는 반도체) 시장에선 2분기 기준 삼성전자(점유율 42.1%) SK하이닉스(30.2%)에 이어 세계 3위(22.2%)로 '3강'으로 꼽히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33.8%), 일본 키옥시아(17.3%), 미국 웨스턴디지털(15.0%), 인텔(11.5%), SK하이닉스(11.4%)이은 6위(10.2%)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의 의미와 파장을 지난 13일 오후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사진)에게 들어봤다. 황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630편이 넘는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을 발표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교수 임용 전 삼성전자 R&D 연구소에서도 근무해 연구와 교육 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교수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삼성전자를 앞질렀거나 최소한 대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램 시장과 관련해서도 "과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격차가 '3년' 수준이었는데, 최근 '반 년' 정도로 좁혀졌다"며 "세 발걸음 뒤에서 걷던 마이크론이 반 걸음 뒤로 바짝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마이크론이 정말 176단 낸드 양산에 성공한걸까요.
"일단 대량 양산은 아니고 시제품이 나온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마이크론은 자신들이 '양산에 성공했다'는 표현을 썼다.)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상당하네요.
"낸드플래시는 (다른 반도체 대비) 동작의 원리 등이 특별할 게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못 만들까요.
"셀을 쌓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야하는데, 단수가 올라가면 구멍 뚫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28단까지는 구멍을 한 번에 뚫었습니다(싱글스택). 기술력이 뛰어났던거죠. 그런데 176단부터는 삼성전자도 한 번에 뚫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두 번 뚫어야할 상황이 됐습니다(더블스택). 안 하던 걸 하려다보니 시간이 걸리는거죠. 세계 최초 128단 낸드 양산도 SK하이닉스보단 늦었습니다. "
▶SK하이닉스는 어떤 상황일까요.
"SK하이닉스는 원래 구멍을 두 번 뚫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100층짜리 건물을 한 번에 올렸다면 SK하이닉스는 50층 먼저 짓고 그 위에 50층을 또 올린거죠. 128단 낸드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할 때, 이 때도 구멍을 두 번 뚫는 방식(더블스택)으로 만들었습니다. SK하이닉스도 현재 176단 제품을 열심히 개발 중일겁니다."
▶마이크론은 구멍을 몇 번 뚫을까요.
"진작부터 두 번 뚫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분위기는 어떨까요.
"삼성전자는 여러가지로 낸드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때문에 곤란했을텐데, 한 방 또 맞은 것이다.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죠. 사실 큰 차이는 아닐 것으로 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준비 중이고 아마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할텐데요."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건 아닌건가요.
"문제는 단 한 달이라도 마이크론이 먼저 내놓은 게 중요한 것입니다."
▶마이크론이 그 동안 기술력으로 치고 나오는 회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전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마이크론은 보수적인 기업입니다. D램 만드는 것봐도 삼성전자는 좋은 장비를 써서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먼저 만들고 있죠.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앞서나가면 '우리는 퍼스트무버의 과실을 테이크하겠다', '과실을 따먹겠다' 이 전략이었습니다."
▶전략이 바뀐걸까요.
"그렇죠. '돈을 덜 먹어도 천천히 가자' 이런 작전이었는데 제품을 먼저 내놓은 것을 보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거죠. 우리나라가 걱정하던 상황이 온 것입니다."
▶마이크론이 왜 바뀌었을까요.
"6개월만 먼제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 선점해서 돈을 버는 효과가 큽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하고 출시해서 새로운 시장에서 나오는 과실을 따먹으면 세컨티어로 SK하이닉스가 먹고, 나중에 마이크론이 먹고 이런 구조였는데요. 걱정입니다."
▶마이크론이 치고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보십니까.
"일본 D램업체 엘피다 인수의 긍정적인 효과가 지금 나오는 겁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고 재무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죠. 이제 조직이 안정화된거죠. 특히 엘피다의 R&D 인력을 흡수하고 규모가 커지니까 기술력에서 지금 효과가 나오는 겁니다."
(2013년 당시 D램 시장 세계 4위였던 마이크론은 세계 3위 일본 엘피다를 인수했다. 3위와 4위의 결합에도 D램 시장에서 2위 자리에 오르지 못하자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 결정은 판단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황 교수는 R&D 측면에선 잘 인수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요.
"결국 인력인데요. R&D 인력 키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한 것 중에 가장 큰 게 엘피다의 숙련된 R&D 인력을 가져간 겁니다."
▶D램도 마이크론이 치고 나올까요.
"예전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는 '3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1세대 1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D램을 만들면 한참 후에 마이크론이 따라왔죠. 그런데 지금보면 격차는 '반 년'(6개월)으로 줄었습니다. 이제 이것도 언제 바뀔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3세대 10nm 제품으로 불리는 1z 제품을 양산 중이다)
▶미국 정부의 역할도 있었을까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약 15%에서 30%까지 확대됐습니다. 시장 덩치에 걸맞게 미국 정부에서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늘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어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을 부르짖으며 자국 제조업 지원했습니다. 그런 것들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따라온 것입니다."
▶EUV는 D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까요.
"EUV 장비를 D램 생산에 투입하는 건 '먼저 시장을 차지해서 달려나가겠다'는 전략이죠. D램은 CPU 등에 비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그런 비싼 설비를 쓰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결국 원가싸움인데요, 비싼 장비를 써서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경쟁력을 못 맞춥니다. 비싼 EUV 장비를 쓴다는 건 공정 효율을 올려 원가 상승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남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겠죠."
▶D램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예전에 선폭 40nm에서 30nm, 20nm로 갈 땐 금방금방 10nm씩 좁혔죠. 그런데 10nm로 접어들면서 D램에선 1nm 줄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D램에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빨리 풀 수 있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규모의 우위를 바탕으로 선제적 투자를 해서 수익을 끌어올렸습니다. EUV를 D램에 쓴다는 건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EUV 장비 비싸기 때문에 장비도 비싸지만 그 장비를 유지하고 돌리는 데 돈이 엄청 듭니다.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니까 SK하이닉스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 변곡점이 될 겁니다."
황 교수는 예전부터 기자에게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과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의 기술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며 "중국도 낸드플래시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방심하면 안 된다"고 여러차례 얘기했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그는 다시 한 번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따라오는 모습이 D램은 '세 걸음 뒤에서 반 걸음'으로 좁혀졌고 낸드는 '이미 뒤집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해서 마냥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매년 20~30조원을 경기 평택 반도체 라인 등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최근 낸드플래시 업체들은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높게 쌓아 저장 용량이 큰 제품을 만드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28단 제품이 주력이고 176단 제품을 개발 중이다. 빌딩으로 비유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고 128층 빌딩을 짓고 있는데 마이크론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176층 빌딩을 완공해 분양한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선 "방심하고 있다가 한 방 먹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D램(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없어지는 반도체) 시장에선 2분기 기준 삼성전자(점유율 42.1%) SK하이닉스(30.2%)에 이어 세계 3위(22.2%)로 '3강'으로 꼽히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33.8%), 일본 키옥시아(17.3%), 미국 웨스턴디지털(15.0%), 인텔(11.5%), SK하이닉스(11.4%)이은 6위(10.2%)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의 의미와 파장을 지난 13일 오후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사진)에게 들어봤다. 황 교수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 630편이 넘는 과학기술인용색인(SCI) 논문을 발표한 반도체 분야 전문가다. 교수 임용 전 삼성전자 R&D 연구소에서도 근무해 연구와 교육 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교수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삼성전자를 앞질렀거나 최소한 대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램 시장과 관련해서도 "과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격차가 '3년' 수준이었는데, 최근 '반 년' 정도로 좁혀졌다"며 "세 발걸음 뒤에서 걷던 마이크론이 반 걸음 뒤로 바짝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래는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마이크론이 정말 176단 낸드 양산에 성공한걸까요.
"일단 대량 양산은 아니고 시제품이 나온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마이크론은 자신들이 '양산에 성공했다'는 표현을 썼다.)
▶마이크론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상당하네요.
"낸드플래시는 (다른 반도체 대비) 동작의 원리 등이 특별할 게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왜 못 만들까요.
"셀을 쌓고 가운데 구멍을 뚫어야하는데, 단수가 올라가면 구멍 뚫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28단까지는 구멍을 한 번에 뚫었습니다(싱글스택). 기술력이 뛰어났던거죠. 그런데 176단부터는 삼성전자도 한 번에 뚫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두 번 뚫어야할 상황이 됐습니다(더블스택). 안 하던 걸 하려다보니 시간이 걸리는거죠. 세계 최초 128단 낸드 양산도 SK하이닉스보단 늦었습니다. "
▶SK하이닉스는 어떤 상황일까요.
"SK하이닉스는 원래 구멍을 두 번 뚫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100층짜리 건물을 한 번에 올렸다면 SK하이닉스는 50층 먼저 짓고 그 위에 50층을 또 올린거죠. 128단 낸드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할 때, 이 때도 구멍을 두 번 뚫는 방식(더블스택)으로 만들었습니다. SK하이닉스도 현재 176단 제품을 열심히 개발 중일겁니다."
▶마이크론은 구멍을 몇 번 뚫을까요.
"진작부터 두 번 뚫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분위기는 어떨까요.
"삼성전자는 여러가지로 낸드 분야에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때문에 곤란했을텐데, 한 방 또 맞은 것이다.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죠. 사실 큰 차이는 아닐 것으로 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준비 중이고 아마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할텐데요."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건 아닌건가요.
"문제는 단 한 달이라도 마이크론이 먼저 내놓은 게 중요한 것입니다."
▶마이크론이 그 동안 기술력으로 치고 나오는 회사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전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사실 마이크론은 보수적인 기업입니다. D램 만드는 것봐도 삼성전자는 좋은 장비를 써서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먼저 만들고 있죠. 마이크론은 삼성전자가 앞서나가면 '우리는 퍼스트무버의 과실을 테이크하겠다', '과실을 따먹겠다' 이 전략이었습니다."
▶전략이 바뀐걸까요.
"그렇죠. '돈을 덜 먹어도 천천히 가자' 이런 작전이었는데 제품을 먼저 내놓은 것을 보면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거죠. 우리나라가 걱정하던 상황이 온 것입니다."
▶마이크론이 왜 바뀌었을까요.
"6개월만 먼제 제품을 내놓으면 시장 선점해서 돈을 버는 효과가 큽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먼저' 개발하고 출시해서 새로운 시장에서 나오는 과실을 따먹으면 세컨티어로 SK하이닉스가 먹고, 나중에 마이크론이 먹고 이런 구조였는데요. 걱정입니다."
▶마이크론이 치고 나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보십니까.
"일본 D램업체 엘피다 인수의 긍정적인 효과가 지금 나오는 겁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고 재무적인 어려움을 많이 겪었죠. 이제 조직이 안정화된거죠. 특히 엘피다의 R&D 인력을 흡수하고 규모가 커지니까 기술력에서 지금 효과가 나오는 겁니다."
(2013년 당시 D램 시장 세계 4위였던 마이크론은 세계 3위 일본 엘피다를 인수했다. 3위와 4위의 결합에도 D램 시장에서 2위 자리에 오르지 못하자 시장에선 '마이크론의 엘피다 인수 결정은 판단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황 교수는 R&D 측면에선 잘 인수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해야할까요.
"결국 인력인데요. R&D 인력 키우는 게 쉽지 않습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한 것 중에 가장 큰 게 엘피다의 숙련된 R&D 인력을 가져간 겁니다."
▶D램도 마이크론이 치고 나올까요.
"예전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기술 격차는 '3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1세대 10nm(나노미터, 10억분의 1m) D램을 만들면 한참 후에 마이크론이 따라왔죠. 그런데 지금보면 격차는 '반 년'(6개월)으로 줄었습니다. 이제 이것도 언제 바뀔 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3세대 10nm 제품으로 불리는 1z 제품을 양산 중이다)
▶미국 정부의 역할도 있었을까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죠.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약 15%에서 30%까지 확대됐습니다. 시장 덩치에 걸맞게 미국 정부에서 자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지원도 늘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어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을 부르짖으며 자국 제조업 지원했습니다. 그런 것들도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따라온 것입니다."
▶EUV는 D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까요.
"EUV 장비를 D램 생산에 투입하는 건 '먼저 시장을 차지해서 달려나가겠다'는 전략이죠. D램은 CPU 등에 비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그런 비싼 설비를 쓰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결국 원가싸움인데요, 비싼 장비를 써서 원가가 올라가면 가격경쟁력을 못 맞춥니다. 비싼 EUV 장비를 쓴다는 건 공정 효율을 올려 원가 상승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남는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겠죠."
▶D램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예전에 선폭 40nm에서 30nm, 20nm로 갈 땐 금방금방 10nm씩 좁혔죠. 그런데 10nm로 접어들면서 D램에선 1nm 줄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이 D램에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보다 빨리 풀 수 있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규모의 우위를 바탕으로 선제적 투자를 해서 수익을 끌어올렸습니다. EUV를 D램에 쓴다는 건 획기적인 변화입니다. EUV 장비 비싸기 때문에 장비도 비싸지만 그 장비를 유지하고 돌리는 데 돈이 엄청 듭니다. 삼성전자가 치고 나가니까 SK하이닉스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큰 변곡점이 될 겁니다."
황 교수는 예전부터 기자에게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과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의 기술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며 "중국도 낸드플래시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어 방심하면 안 된다"고 여러차례 얘기했었다. 인터뷰를 정리하며 그는 다시 한 번 "마이크론이 삼성전자를 따라오는 모습이 D램은 '세 걸음 뒤에서 반 걸음'으로 좁혀졌고 낸드는 '이미 뒤집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해서 마냥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매년 20~30조원을 경기 평택 반도체 라인 등에 투자하고 SK하이닉스가 10조원을 들여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