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은행 합병에 한발 물러선 BNK금융지주…어떤 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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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노조, 창원상의, 정치권 똘똘 뭉쳐
1지주 2은행체계 ‘유지해야’ 한목소리
BNK지주는 한발 물러서
“유상증자로 은행 살려낸 경남도민들의 피땀”
대형은행·핀테크 사이 '샌드위치'
경영상황 나빠질 수록 명분은 떨어질 것
경남은행 노조, 창원상의, 정치권 똘똘 뭉쳐
1지주 2은행체계 ‘유지해야’ 한목소리
BNK지주는 한발 물러서
“유상증자로 은행 살려낸 경남도민들의 피땀”
대형은행·핀테크 사이 '샌드위치'
경영상황 나빠질 수록 명분은 떨어질 것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 노조와의 부산은행·경남은행 통합을 둘러싼 갈등이 일단락됐다. BNK금융지주는 '지역사회와 경남은행 구성원이 동의하지 않는 통합은 검토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남은행 노동조합도 지난 9일 ‘합병반대 투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조 뿐 아니라 경남 지역의 경제계, 정치권이 똘똘 뭉쳐 '통합반대'를 외쳤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경남은행의 '지역은행'의 강한 정체성과 과거 공적자금 투입 및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사측과 노조의 갈등 등이 이번 사태에서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합병은 금융권의 해묵은 화두로 꼽혀왔다.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은행 산하에 있던 경남은행을 인수했다. BNK금융은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 비용을 두 배로 들여야 하고, 각 은행의 본사 임직원 수도 합병할 경우에 비해 최소 1.5배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발언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BNK금융지주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노조는 지주 차원의 공식적인 합병 시도 '중단 선언'을 요구했다. 지역 상공회의소와 정치권에서도 합병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BNK금융지주는 1지주 2은행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은행을 지키고자 했던 경남도민의 눈물 나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독자생존을 주창하던 경남은행 경영진이 2000년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완전감자를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결국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경남 도민들의 주식 가치는 100분의 4로 줄어들었다. 이후 도민들이 경남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경남은행은 BS금융지주(BNK 금융지주 전신)에 인수됐다. 당시 BS는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경남은행 노조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번에 노조, 지역 상의,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통합에 반대하게 된 원인이다.
최근 금융권에는 지방 금융지주에 대한 ‘샌드위치론’이 무성하다. 3~4년간 4대 금융지주의 덩치(자산 규모)가 400조원대로 커져 부산·경남은행(3분기 기준 122조원)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BNK금융 내부에선 오히려 ‘어차피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을 합쳐도 규모는 안된다. (그러니 합병은 필요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지방 금융 맹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면 독자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굳이 한개의 우산을 함께 써야할 이유도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여타 금융지주사들은 전 계열사가 똘똘뭉쳐 비대면, 디지털 금융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벌이고 있다. BNK금융은 올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지주 2은행 체계로 운영되는 부산은행이 주축인 BNK에 인수된 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이 주도하는 JB금융으로 인수 된 광주은행은 지주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편"이라며 "M&A 이후 수 년이 지났지만 화학적 융합을 통한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노조 뿐 아니라 경남 지역의 경제계, 정치권이 똘똘 뭉쳐 '통합반대'를 외쳤다는 게 특이한 점이다. 경남은행의 '지역은행'의 강한 정체성과 과거 공적자금 투입 및 인수합병(M&A) 과정에서의 사측과 노조의 갈등 등이 이번 사태에서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사회 반발에 결국 백기
경남은행 노조는 지난달 말부터 경남 창원 BNK금융지주 본사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며 두 은행간의 합병을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왔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지난달 22일 부산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김 회장은 두 은행의 합병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임기 중 방향을 마련해놓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경남은행 노조는 이를 두고 ‘두 은행 간 합병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BNK지주 관계자는 “김 회장의 발언은 장기적이고 원론적인 입장일 뿐 합병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건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합병은 금융권의 해묵은 화두로 꼽혀왔다. BNK금융지주의 전신인 BS금융지주는 2014년 우리은행 산하에 있던 경남은행을 인수했다. BNK금융은 2은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산 비용을 두 배로 들여야 하고, 각 은행의 본사 임직원 수도 합병할 경우에 비해 최소 1.5배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발언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BNK금융지주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노조는 지주 차원의 공식적인 합병 시도 '중단 선언'을 요구했다. 지역 상공회의소와 정치권에서도 합병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BNK금융지주는 1지주 2은행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은행을 지키고자 했던 경남도민의 눈물 나는 노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남은행은 도민의 '피땀'
언듣 노조가 합병에 반대하는 ‘명분’이 부족해 보이지만, 지역사회의 입장은 다르다. 경남도민들의 경남은행 사랑은 대단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경남은행은 위기에 빠졌다. 경남은행 직원들, 지역 상공회의소 등이 주축이 돼 '도민 주식 갖기 운동'을 벌였고, 경남은행은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벌여 급한 불을 껐다.독자생존을 주창하던 경남은행 경영진이 2000년 정부에 공적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정부는 완전감자를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결국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경남 도민들의 주식 가치는 100분의 4로 줄어들었다. 이후 도민들이 경남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운동을 벌였으나, 결국 경남은행은 BS금융지주(BNK 금융지주 전신)에 인수됐다. 당시 BS는 ‘1지주 2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경남은행 노조의 동의를 얻어냈다. 이번에 노조, 지역 상의,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의 통합에 반대하게 된 원인이다.
언제까지 1지주 2은행?
하지만 언제까지 ‘통합’을 반대할 순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노조가 주장하는 통합반대의 이유는 '과거의 약속' 말고 더 있다. 경남은행이 부산은행과 합쳐지면 지역자본이 역외(부산은행의 관할)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지역경제의 '모세 혈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경남은행의 역할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모든 은행이 전국구·비대면 영업을 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괴리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최근 금융권에는 지방 금융지주에 대한 ‘샌드위치론’이 무성하다. 3~4년간 4대 금융지주의 덩치(자산 규모)가 400조원대로 커져 부산·경남은행(3분기 기준 122조원)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런 BNK금융 내부에선 오히려 ‘어차피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을 합쳐도 규모는 안된다. (그러니 합병은 필요없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지방 금융 맹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면 독자 생존도 담보하기 어렵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굳이 한개의 우산을 함께 써야할 이유도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여타 금융지주사들은 전 계열사가 똘똘뭉쳐 비대면, 디지털 금융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벌이고 있다. BNK금융은 올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5% 감소한 순이익을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지주 2은행 체계로 운영되는 부산은행이 주축인 BNK에 인수된 경남은행과 전북은행이 주도하는 JB금융으로 인수 된 광주은행은 지주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편"이라며 "M&A 이후 수 년이 지났지만 화학적 융합을 통한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