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에 스타모빌리티 넘기고 성지건설 인수 작업에도 관여
코스닥기업 자금 수백억원 횡령하고 밀항 시도…징역 12년
라임·옵티머스는 한뿌리?…양쪽 넘나든 한씨가 공통분모
전국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하며 공분을 자아낸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는 공통점이 많다.

피해액이 1조원이 넘는 초대형 펀드 사기라는 외양도 비슷하지만, 끌어모은 자금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무자본 M&A(인수합병)'를 주된 증식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도 빼닮았다.

양쪽 모두 기업을 사냥할 때마다 여러 전문가가 역할을 분담했는데 한때 거물급 기업사냥꾼인 한모씨는 두 사건에 걸쳐있는 `교집합'이다.

그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며 두 사건의 실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통분모라 할 수 있다.

15일 법조계와 자본시장업계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두 사건에서 한씨의 역할과 관여 정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한때 라임의 `전주'(錢主)로 알려졌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스타모빌리티를 넘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2018년 3월 스타모빌리티(당시 인터불스) 사외이사에 선임되며 스타모빌리티에 손을 뻗는다.

당시 스타모빌리티의 최대주주는 차이나블루라는 페이퍼컴퍼니였다.

김 전 회장은 라임에서 돈을 끌어와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차이나블루의 실소유주로 스타모빌리티를 김 전 회장에게 넘겨준 이가 한씨였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씨는 2017년 주식담보 대출과 사채 등으로 583억원을 끌어모아 코스닥 상장사 화진의 지분 43%를 인수했다.

이후 화진이 보유한 회삿돈 384억원을 자신이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 라움코퍼레이션 등에 대여·투자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전형적인 `무자본 M&A'였다.

한씨는 이렇게 빼돌린 화진의 자금으로 새로운 기업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한 뒤 김 전 회장에게 되판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한씨는 옵티머스가 곳간처럼 사용한 상장 건설사 성지건설과도 연결돼 있다.

옵티머스의 관계사인 엠지비파트너스는 2017년 성지건설의 전환사채와 주식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된 뒤 경영권을 확보했다.

당시 성지건설의 직전 최대주주는 제약회사인 아이비팜홀딩스였는데 이 회사의 실소유주는 한씨의 동업자였던 L씨다.

게다가 성지건설을 인수한 엠지비파트너스는 한씨가 실소유한 N사와 2017년 10월 같은 날 충남 천안시의 한 건물에 각각 지점을 내기도 했다.

이는 한씨가 엠지비파트너스와도 모종의 관계가 있었음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기업사냥꾼들은 한 기업을 인수하고 속칭 `털어먹기'를 진행할 때면 시차를 두고 여러 파트너가 차명으로 들락거리는 방식을 종종 쓴다"며 "한씨가 김 전 회장, 김재현 대표 등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옵티머스를 설립한 이혁진 전 대표에게 김재현 현 대표를 소개해 준 홍모 옵티머스 본부장과도 연결된다.

홍씨는 2015년 씨그널엔터테인먼트 그룹을 무자본 M&A 방식으로 인수했는데 한씨도 여기에 참여했다.

홍씨는 씨그널엔터테인먼트 인수 후 중국계 투자를 유치하는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고 허위 공시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지난 8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한씨도 이때 홍씨와 공모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라임과 옵티머스를 연결 짓는 한씨는 현재 구속수감된 상태다.

인수 기업인 화진의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이 덜미를 잡혔기 때문이다.

한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2019년 4월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목포 해경에 붙잡혔다.

결국 이 사건으로 지난 9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징역 12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이번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한씨 외에 전문 기업사냥꾼들이 더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는 한뿌리?…양쪽 넘나든 한씨가 공통분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