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사장직 한달 공석…"눈치보기 늑장선임" 비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곧 물러나는 가운데 차기 선임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되면서 이사장직이 최소 한 달가량 공석으로 남게 됐다.

거래소가 차기 후보를 놓고 주변의 눈치를 보다가 선임 절차를 늦춘 결과 이런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래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오는 16일 이임식을 하고 물러난다.

앞서 정 이사장은 지난 1일 임기가 만료됐으며, 이후 13일 손해보험협회 새 회장으로 선임됐다.

통상적으로 거래소 이사장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근무하지만, 정 이사장은 손보협회 회장이 되면서 자리를 떠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지난 13일 새 이사장 모집 공고를 내고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새 이사장이 선임되려면 앞으로 지원서 접수(~20일), 서류심사(오는 23일께), 면접심사, 추천위의 차기 이사장 후보 추천,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등의 과정이 남아 있어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이 확실시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앞으로 구체적인 일정은 추천위에서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12월 중으로 이사장 선임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정 이사장 선임 당시에는 후보 접수를 마친 뒤 추가 접수하는 '파행'까지 더해지면서 최초 모집 공고(8월 28일)부터 최종 선임(10월 31일)까지 무려 두 달이 걸렸다.

따라서 이번에도 선임 과정이 한 달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최소 약 한 달 동안 이사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경영지원본부장 겸 부이사장이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거래소를 운영하게 됐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미 충분히 예상됐다는 점이다.

앞서 정 이사장은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지난달 27일 차기 손보협회장 후보에 포함된 데 이어 지난 2일 단독 후보로 결정돼 퇴임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추천위는 이로부터 2주 가까이 지난 13일에서야 공모 절차를 개시, 이사장직 장기간 공백 사태를 일으켰다고 거래소 노동조합들은 비판하고 있다.

거래소가 이사장 임기 만료에 맞춰 차기를 뽑으려면 약 두 달 전에는 선임 절차에 착수해야 했지만, 인선에 영향력이 있는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늦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의 이동기 위원장은 "추천위가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안 하다가 누가 지시를 하니까 이제 시작한 것"이라며 "추천위의 독립성이 심각히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 소속 한국거래소 혁신노동조합의 유홍열 위원장도 "이미 한 달 전에는 차기 이사장이 결정됐어야 했는데 이렇게 늦어진 것은 문제"라며 "금융위원회가 자기 사람들 심으려고 이러는 것 같은데 이렇게 해서 온 사람이 소신 있게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손병두 전 금융위 부위원장, 정은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사(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 금융위 출신 인사들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향후 선임 과정이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