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 당선된 한인여성은 모두 경제인 출신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순자·은주 이어 영옥’…3명 당선
한인 여성 3명, 첫 연방 하원의원
한국서 출생해 MBA 등 공통점
정치권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
한인 여성 3명, 첫 연방 하원의원
한국서 출생해 MBA 등 공통점
정치권 바닥부터 차근차근 다져
지난 3일 치러졌던 미국 대통령 선거일엔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투표가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한 투표지에 대통령과 연방 상·하원 의원, 주(州) 상·하원 의원, 시 의원 등을 표시하는 방식이었지요. 영국 일본 등처럼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선 상원 의원이 100명, 하원의원이 435명입니다. 미국에서 시의원 등은 봉사직에 가까운 반면 연방 상·하원 의원은 막강한 권한과 함께 대우도 좋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한국계 여성 3명이 한꺼번에 입성하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한국계 여성의 연방의원은 230년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인데, 동시에 3명이나 배출된 겁니다. 미 하원 의원의 임기는 2년입니다.
워낙 박방의 승부를 치르면서 최종 승자 결정이 미뤄져 왔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에서 김영옥 공화당 후보(미국명 영 김·58)가 13일(현지시간) 최종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전체의 50.6%를 득표해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의원을 4000여 표(1.2%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 당선인은 “이민자로서 각고의 노력과 결단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3살 때였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령 괌으로 건너가 중·고교를 다닌 뒤 로스앤젤레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하면서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습니다. 앞서 박은주 공화당 후보(미국명 미셸 박 스틸·65)는 캘리포니아주 제48선거구에서 접전 끝에 민주당 현역인 할리 루다 의원을 제쳤습니다. 득표율은 50.9%였습니다. 박 당선인은 뒤늦게 어머니와 두 명의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페퍼다인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는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축복을 받았듯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요. 한국명 ‘순자’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메릴린 스트릭랜드(58·워싱턴주) 후보는 58.3%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41.7%에 그친 상대 후보를 따돌렸습니다.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 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한 살 때 아버지가 버지니아주 포트리 기지로 배치되면서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는 “엄마는 자신이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학업에 매진하길 원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연방 의원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우선 세 명의 한국계 여성 이력을 살펴보면,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석사(MBA) 학위를 딴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영옥 당선인은 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퍼스트 인터스테이트은행에서 일하다 JK스포츠웨어 관리자로 근무했습니다. 직접 의류 사업도 했지요.
박은주 당선인은 페퍼다인대에서 경영학, USC에서 MBA를 각각 땄습니다. ‘순자’ 당선인은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클라크애틀랜타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노던생명보험 스타벅스 등에서 일했지요. 스타벅스에선 온라인 사업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정치권에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왔다는 겁니다. 김 당선인은 하원 외교 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의 아시아 정책보좌관으로 21간 활동했습니다. 지역 TV인 ‘영 김과 함께 하는 LA 서울’, 라디오인 ‘라디오 서울’을 진행하며 미국 정치를 공부했지요.
박 당선인은 1993년 LA 시장에 출마한 리처드 리오단 후보 캠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리오단 후보가 당선된 뒤 LA시 소방국장, LA 카운티 아동 가족 위원장 등을 역임했지요.
‘순자’ 당선인은 인구가 20만여 명인 워싱턴주 타코마시 의원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 8년 간 타코마 시장으로 일했습니다.
한인들이 연방 의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안보·경제 등 한국의 핵심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우군(友軍)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인 밀집지역을 지역구(뉴욕주)로 두고 있는 탐 수오지 의원만 해도 오는 18일 하원 본회의에 한미동맹과 관련한 결의안 2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한국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인권,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규정하는 게 결의안의 골자입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외교·경제·안보 등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진통을 겪어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박은주 당선인은 과거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 때 한인들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보고 한인 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유다.”라고 얘기했습니다.
한국계 연방 의원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이번 선거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한국계 여성 3명이 한꺼번에 입성하는 쾌거가 있었습니다. 한국계 여성의 연방의원은 230년 미 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인데, 동시에 3명이나 배출된 겁니다. 미 하원 의원의 임기는 2년입니다.
워낙 박방의 승부를 치르면서 최종 승자 결정이 미뤄져 왔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39선거구에서 김영옥 공화당 후보(미국명 영 김·58)가 13일(현지시간) 최종 당선을 확정했습니다.
전체의 50.6%를 득표해 민주당의 길 시스네로스 의원을 4000여 표(1.2%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 당선인은 “이민자로서 각고의 노력과 결단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난 김 당선인은 13살 때였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령 괌으로 건너가 중·고교를 다닌 뒤 로스앤젤레스(LA)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하면서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했습니다. 앞서 박은주 공화당 후보(미국명 미셸 박 스틸·65)는 캘리포니아주 제48선거구에서 접전 끝에 민주당 현역인 할리 루다 의원을 제쳤습니다. 득표율은 50.9%였습니다. 박 당선인은 뒤늦게 어머니와 두 명의 여동생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페퍼다인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는 “내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축복을 받았듯 시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지요. 한국명 ‘순자’로 알려진 민주당 소속 메릴린 스트릭랜드(58·워싱턴주) 후보는 58.3%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 41.7%에 그친 상대 후보를 따돌렸습니다.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 씨와 미군인 흑인 아버지 윌리 스트릭랜드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한 살 때 아버지가 버지니아주 포트리 기지로 배치되면서 미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는 “엄마는 자신이 정규 교육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학업에 매진하길 원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연방 의원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요.
우선 세 명의 한국계 여성 이력을 살펴보면, 경영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석사(MBA) 학위를 딴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영옥 당선인은 US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습니다. 졸업 후 퍼스트 인터스테이트은행에서 일하다 JK스포츠웨어 관리자로 근무했습니다. 직접 의류 사업도 했지요.
박은주 당선인은 페퍼다인대에서 경영학, USC에서 MBA를 각각 땄습니다. ‘순자’ 당선인은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클라크애틀랜타대에서 MBA를 취득한 뒤 노던생명보험 스타벅스 등에서 일했지요. 스타벅스에선 온라인 사업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정치권에서 차근차근 기반을 다져왔다는 겁니다. 김 당선인은 하원 외교 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의원의 아시아 정책보좌관으로 21간 활동했습니다. 지역 TV인 ‘영 김과 함께 하는 LA 서울’, 라디오인 ‘라디오 서울’을 진행하며 미국 정치를 공부했지요.
박 당선인은 1993년 LA 시장에 출마한 리처드 리오단 후보 캠프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리오단 후보가 당선된 뒤 LA시 소방국장, LA 카운티 아동 가족 위원장 등을 역임했지요.
‘순자’ 당선인은 인구가 20만여 명인 워싱턴주 타코마시 의원부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 8년 간 타코마 시장으로 일했습니다.
한인들이 연방 의회에 많이 진출하는 것은 안보·경제 등 한국의 핵심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입니다. 우군(友軍)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한인 밀집지역을 지역구(뉴욕주)로 두고 있는 탐 수오지 의원만 해도 오는 18일 하원 본회의에 한미동맹과 관련한 결의안 2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한국을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인권,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으로 규정하는 게 결의안의 골자입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외교·경제·안보 등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진통을 겪어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박은주 당선인은 과거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 때 한인들의 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걸 보고 한인 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정치권에 발을 디딘 이유다.”라고 얘기했습니다.
한국계 연방 의원들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