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방부 장관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각) AP통신, 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자는 펜타곤 수장으로 현재 미셸 플러노이(Michele Flournoy) 전 국방부 차관을 1순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러노이 전 차관은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로,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우선시하는 성향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국방부는 여성 고위직 공무원의 숫자가 다른 부처보다 비교적 적은 보수적인 곳으로 꼽힌다. 여전히 '여성 장벽'이 남아있는 몇 안되는 정부 부처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말이 돼서야 여성을 전투지휘관으로 임명할 수 있었다.

플러노이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방장관 물망에 올랐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하지 않았다면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당시 탄생했을 수도 있다.

해외 군사협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올해 59세의 플러노이는 국방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0년대부터 국방부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09년 2월~2012년 2월 국방부의 국방정책 담당 차관을 지냈다. 국가안보, 국방정책, 군사계획과 작전 감독, 국가안보위원회(NSC) 토의 등과 관련해 국장장관 수석 자문 역할도 했다.

다만 플러노이는 현재 방위계약 사업자인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 그가 지명되면 이 점이 인준 청문회에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AP통신은 플러노이의 국방부 장관 선임은 내각의 여성 비중을 높이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플러노이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국방정책에 대해 지난 1년간 끊임없이 비판하며 긴밀한 국제 협력을 강조해왔다는 점이 바이든 당선자의 성향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국방부는 재무부, 보훈부와 더불어 지금껏 여성 장관이 단 한명도 없는 3개 부서 가운데 하나다. 1947년 창설 이후 장관 28명 모두가 남성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짐 매티스, 마크 에스퍼, 그리고 지난주 새로 임명된 크리스토퍼 밀러 장관대행 등이 모두 남성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