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현대차·포드·BMW 이어 GM 볼트도 리콜 결정
화재 원인 "아직 모른다"지만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공급사 속앓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잇달아 전기차에 대한 리콜 결정을 내리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속앓이하는 모습이다.

아직 화재 원인을 배터리 제작 결함으로 단정할 순 없지만 전기차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될 경우 배터리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 화재로 잇단 리콜…'K-배터리'도 곤혹
◇ 글로벌 전기차 잇단 화재에 '리콜' 줄이어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2017∼2019년 사이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6만8천여대에 대해 리콜 결정을 내렸다.

앞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 화재 사고 3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추가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본 GM측이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먼저 리콜 결정을 내린 것이다.

GM은 이 자동차의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되거나 충전량이 100%에 가까울 때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을 찾을 때까지 볼트 EV 배터리 충전량을 90%로 제한하기로 했다.

GM 볼트에는 LG화학이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사용됐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코나EV 7만7천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결정하고 국내외 미국·유럽·중국 등지에서 리콜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동일 차량에 대해 국내외에서 13건의 화재가 발생하자 내린 결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독일 BMW와 미국 포드도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리콜을 결정했다.

BMW는 330e를 비롯한 PHEV 차량 2만6천900대, 포드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쿠가의 PHEV 모델 2만500대가 대상으로 모두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국내 기업이 배터리를 공급한 차량만 문제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회사인 미국의 테슬라는 지난해 일본 파나소닉 제조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S'와 '모델X'에서도 배터리 모듈 이상으로 추정되는 문제로 리콜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된 중국 광저우기차의 '아이온S'에서 올해 5월과 8월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며 현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 화재로 잇단 리콜…'K-배터리'도 곤혹
◇ 국내 배터리 업계 '악재될까' 곤혹…전문가 "적극 대처 필요"
전기차가 화재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결함 논란이 커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물론, 국내 배터리 제조업들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제2의 반도체'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원인에 대한 책임소재에 따라 막대한 리콜 비용을 배터리 업체들이 부담해야 하는 등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3사는 중국의 CATL과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다만 배터리 제조사들은 아직 이들 차량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배터리 품질이나 제조상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전기차에는 배터리 셀, 배터리 팩, 배터리 관리시스템, 냉각시스템 등 다양한 장치와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어 정확한 화재의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한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지난달 8일 국토교통부가 코나EV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하자 "재연 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으며 원인이 배터리 셀 불량이라 할 수 없다.

국토부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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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은 최근 관련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차량, 스마트폰 등 적용기기와 상관없이 부적절하게 제조됐거나, 손상 혹은 남용되거나, 과대·과소 충전하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소프트웨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화재 등 안전성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가솔린 내연기관차도 엔진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있고, 판매물량 대비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의 화재 비중이 더 높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전기차 보급에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유럽은 강화된 환경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전기차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전기차 화재 논란이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성장통이자,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공급사들이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배터리 공급사를 모두 보유한 한국 입장에서 초기 화재 논란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화재 원인 검증과 함께 안전성을 입증하고 소비자들의 불안도 덜어주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