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안바이오 "미토콘드리아 활용해 암 치료 시대 열 것"
"당뇨, 심혈관 질환, 시신경 장애, 암 등 다양한 질환의 발병원인이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인 미토콘드리아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 되겠습니다."

한규범 파이안바이오테크놀로지 대표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파이안바이오는 2013년 한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2001년 세포치료제 기업인 핸슨바이오텍을 세우고 차바이오텍에서 4년간 사장으로 있었던 그가 두 번째 도전하는 바이오 사업이다.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미토콘드리아학회 명예회장인 이홍규 서울대 의대 명예 교수를 지난 9월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활성산소 과다해져 질병 유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서 엔진 역할을 하는 세포 내 소기관이다. 혈액으로 운반된 산소를 활용해 세포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와 활성산소를 생산한다. 세포 간 신호 전달에도 관여한다. 이 미토콘드리아가 잘못 기능해 활성산소가 과다해지면 체내 대사 기능이 떨어져 질병이 생기게 된다. 최근엔 당뇨 등 대사질환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파이안바이오가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이 교수는 당뇨 분야에서 명의로 알려져 있지만 2003년 아시아미토콘드리아연구학회를 세운 이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저분자화합물 대신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약으로 써서 허혈성 심질환, 신경계 장애 등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한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며 "활성산소가 과다해져 혈관 손상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치료제로 활용하는 게 최근 연구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밖에서 작용하는 단백질 기반 의약품이나 항체치료제와 달리 세포 안에 들어가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이안바이오는 미토콘드리아 치료제를 세 갈래로 나눠 개발하고 있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파이프라인은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약물로 활용한 PN-101이다. 몸통 주변 팔다리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면역성 희귀질환인 염증성 근염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2a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치료 후보물질이다.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을 충족하는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과 관련해 식약처와 논의 중이다. 한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임상시험 실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혈소판 이용해 보관 어려움 극복"

세포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는 냉장 보관 시 1주일 이상 장기 보관하기가 어렵다. 그간 미토콘드리아 치료제가 나오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파이안바이오는 배양한 줄기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얻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혈소판에서 분리한 미토콘드리아를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한 대표는 "냉동 보관한 혈소판을 이용하면 6개월 이상 보관 가능한 미토콘드리아를 확보할 수 있다"며 "냉동된 줄기세포나 혈소판에서 분리된 미토콘드리아 모두 냉장 상태에서 1주일 정도는 안정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혈소판 유래 미토콘드리아의 보관기관을 1년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면역 작용을 하는 자연살해(NK)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세포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세포의 활성도를 높이기 위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NK세포에 삽입해 암세포에 대한 공격능력을 끌어올린다. 환자의 면역세포 엔진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개념이다.

◆표적항암제 플랫폼 기술도 개발

미토콘드리아를 약물전달체로 활용해 표적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도 하고 있다.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미토콘드리아에 약물을 부착하면 암세포 안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표적항암제를 만들 수 있다. 파이안바이오는 HER2, PD-L1 등 바이오마커에 대한 항체를 미토콘드리아에 붙이는 쪽으로 표적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한 대표는 "기존 항체-약물 결합(ADC) 치료제는 세포 외부에 작용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항체가 부착된 미토콘드리아는 특정 세포를 표적으로 삼으면서도 세포 내에서 작용해야 하는 약물을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저분자화합물이 아닌 단백질도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하면 세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 대표는 "표적항암제는 ADC 치료제 개발 업체와, 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업체와 공동 개발하겠다"며 "미토콘드리아 자체를 약물로 쓰는 파이프라인은 적응증을 확대해 임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파이안바이오는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통해 해외 임상을 위한 자금을 확보한 뒤 늦어도 2023년 상반기 안에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