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은 무엇일까" '인터뷰 집'은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가치를 가지는 상품, 내가 살아가는 공간. 그 사이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를만한 아파트를 사는 것이 나쁜 건 아닙니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것도 죄악은 아니겠죠. 하지만 누구나 추구해야하는 절대선도 아닐 겁니다.

기사를 통해 어떤 정답을 제시하려는 게 아닙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가 원하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집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터뷰는 나이, 직업, 학력, 지역 등에서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고 싶은 분, 내 주변에 사람을 추천해주시고 싶으시다면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직접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원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해 19.3% 올랐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도 10억원에 육박한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격을 말한다. 시세 흐름을 판단하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급등세에 전세가격까지 불안해지자 30~40대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 랠리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에 참여할 생각조차 못하는 청년들이 더 많다. 올들어 모든 세대의 개인파산이 줄어드는 가운데 20대만 늘었다는 것은 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직장생활 4년차.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김종오(31)씨는 영끌도 어려운 20대에 가까운 청춘이다. 서울살이 11년은 이사와 월세의 역사였다. 그는 요즘 쏟아지는 부동산 관련 기사는 읽지도 않는다고 했다. 집값이 오르고 누군가는 그것을 사는 모습이 그에게는 딴세상 얘기 같기 때문이다.

"집 사는 건 남의 일, 포기했다"

김 편집자는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첫 월세집은 서울 명륜동이었다. 동아리 친구와 함께 월세 방에서 살았다. 옥인동, 홍제동, 연남동 등 10년간 5번 이사를 했다. 모두 룸메이트가 있었다. 그는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였다"고 설명했다.
4년차 출판 편집자 김종오씨 / 사진=한경DB
4년차 출판 편집자 김종오씨 / 사진=한경DB
막연히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하지만 내집 마련 등은 그에게 먼 얘기였다. 월세였지만 친구들과 생활은 재밌었고, 공부하고, 직장을 찾느라 바빴다. 열심히 살다 어느 순간 주위를 돌아보니 집 값은 너무 올라있었다. 자신은 영영 서울에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집 값 상승과 그에 따른 정부 정책에 대해 불만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개인적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게 없다"며 "공공주택이 많이 보급된다는 것도 요원한 것 같고 적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의 적응 법은 욕구와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서울에 집 사는건 사실상 포기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파주에 가서 살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누가 집을 산다더라, 집 값이 오른다더라 하는 기사는 찾아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괴리감에다 '나는 안 되겠구나' 하는 자괴감만 들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오를 것 같다"며 "집을 살만큼 돈을 벌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파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에 살고 싶다"

그는 오래 머물고 싶은 '동네'에 살고 싶다고 했다. 학업이나 직장을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고 자라서 정을 붙일 수 있는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잦은 이사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동네는 옥인동이었다. 경복궁 옆, 청와대 근처인 옥인동은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였다. 그는 "도심의 편리함과 주택가의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동네"라고 기억했다.

조금만 걸으면 명동, 광화문 등 시내에 갈 수 있지만 동네는 서울 같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따뜻한 파주의 고향 동네가 떠오르는 공간이었다. 그는 옥인동 처럼 오래 정을 붙이고 머물 수 있는 동네에서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생활을 꿈꾼다고 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술 마시고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도 없고, 길거리에 쓰레기도 별로 없었어요. 분리수거를 조금만 이상하게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뭐라 그럴 정도였죠. 그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동네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래도 꿈꾼다. 아직 젊기에

서울에서 집사기는 포기했지만 이루고 싶은 꿈은 있다. 그는 지금은 다른 사람의 글을 책으로 만들어주는 편집자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스스로의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관심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에요. 주변에서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재테크를 해야한다고들 하는데. 아직은 글 쓰기 공부가 더 중요하고 재밌습니다."

그는 집에 꼭 갖추고 싶은 세 가지로 큰 책상, 좋은 의자, 넓은 부엌을 꼽았다. 큰 책상과 좋은 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글을 쓰고 작업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요리는 못하지만 부엌에 대한 욕심도 있다고 했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일 수록 부엌이 좋아야 한번이라도 더 들어가지 않을까요. 요리를 할 마음이 생기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내 집은 20대에 이미 포기…부동산 기사 읽지도 않아요"[강영연의 인터뷰 집]
집을 사게 된다면 어떤 공간으로 꾸미고 싶을까. 그는 개인 공간이 꼭 갖고 싶다고 했다. 10년 넘게 친구와 방을 함께 쓰면서 혼자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더라고 화장실 등은 꼭 따로 쓰고 싶다고도 했다. "상대가 아무리 좋아도 홀로 있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서로의 사생활 중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은 감추며 살 수 있으면 좋겠고요.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은 '광장'처럼 소통할 수 있는 공간과 개인적으로 쉴 수 있는 '밀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