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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재정파탄 견제는커녕 '묻지마 예산증액'하는 무책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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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을 예비심사하며 여야 가릴 것 없이 ‘묻지마 증액’에 나선 것은 무책임의 극치를 보인 것이란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 주말까지 각 부처의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등 10개 상임위는 정부 원안 대비 8조5173억원의 예산을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앞으로 예비심사에 나설 나머지 상임위까지 고려하면 17개 전체 상임위의 증액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여야 모두 내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지역 선심성 사업과 현금성 복지 예산을 무분별하게 늘린 결과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555조8000억원 규모로, 그렇지 않아도 ‘초슈퍼 예산’이었다. 이것만으로도 재정파탄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엔 적자국채를 90조원 넘게 찍도록 돼 있다. 그 경우 내년 말 국가채무는 945조원으로, 올해 805조원 대비 140조원이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팽창 예산안을 대거 삭감해도 모자랄 판에 국회가 오히려 추가 증액에 나선 것이다. 특히 내년도 예산안 중 적어도 15조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까지 했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여당과 증액에 합의한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국회 상임위의 정부 예산안 증액은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우리 헌법은 국회에 예산심의권만을 부여하고 있다. 행정부가 가져온 예산안을 깎을 수 있는 권한만 준 것이다. 이를 임의로 증액하는 등의 권한은 국회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는 관행적으로 정부 부처에 ‘청부 증액’을 통해 예산을 늘려왔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편법이다. 또 국회 상임위에서 각 부처 예산을 증액했다가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다시 삭감해 결국 정부 원안 수준으로 예산안을 확정하는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이 또한 정부 예산안을 철저히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제1 기능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다. 국회가 이 기능을 포기하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다.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기는커녕 예산안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늘린다는 것은 책임 방기이자 국민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 재정 확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를 국회가 적절히 견제하지 않는다면 고삐 풀린 재정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그땐 정부만이 아니라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국회도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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