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세란 고향을 떠난 사람이 자신의 고향인 지방자치단체에 금품을 기부하고, 그 보답으로 세액을 감면받거나 답례품을 받는 제도다. ‘세금’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지만, 사실은 기부금을 내고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다. 농촌 지자체로서는 열악한 재정을 확충할 수 있어 좋다. 기부자에 대한 지자체의 답례품 제공으로 농특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후루사토란 고향을 뜻한다. 도시에 거주하는 납세자가 고향이나 인연이 있는 지자체에 소득세의 10% 이내 금액을 기부하면 이를 소득세 또는 주민세에서 공제해 주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고향세가 도입된 첫해에 걷힌 돈은 한화로 81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8년엔 약 5조85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행하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지난 10여 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고향세 제도는 지난 9월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고향세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대도시 지자체와 도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의 반대가 적지 않다. 고향세를 도입하면 대도시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향세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는 농촌을 포함한 지방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에 따른 지자체의 복지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나, 재정자립도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지자체 세수만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 지자체가 세 곳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지방 소멸은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고향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임규현 < 농협창녕교육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