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효과’로 그동안 소외됐던 전통 업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 급등했다.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약 0.5% 하락했다.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가 나스닥과 이 정도로 큰 폭의 차이를 두고 상승한 것은 2002년 이후 처음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선 국내 증시에서도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백신이 개발되면 내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경기민감주가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돌아온 외국인들도 반도체를 포함한 경기민감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가 유동성 장세였다면, 내년은 실적 장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다. 내년 기업들의 이익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수출 회복으로 더 빠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나라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37% 늘어난 183조원으로 추정된다. 11월(1~10일) 수출액 잠정치도 작년 동기 대비 20.1% 늘어났다.

연말까지 외국인 수급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가증권시장은 아직도 저평가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지수의 고평가 정도를 측정하는 버핏지수(시가총액/명목 국내총생산(GDP))를 살펴보면 이 경향이 더 뚜렷하다. 지난 1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버핏지수는 88% 수준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이 GDP의 88% 수준이라는 의미다.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한 대만은 192%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추가로 유가증권시장 종목을 매수할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외국인은 11월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종목 중에서는 경기민감주의 약진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 실적이 급증할 종목이 있다면 ‘꿈을 먹고 크는’ 기술·성장주보다 당장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도 반도체, 화학, 자동차, 정보기술(IT) 부품, 금융 등 경기민감주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이 예상된 5일부터 삼성전자를 2조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 달 기준으로 내년도 순이익 전망치 변화를 살펴보면 자동차, 화학, 철강, 운송, 은행 등이 상위 업종을 차지하고 있다”며 “경제 정상화로 인한 수혜가 이익 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의명/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