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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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있는 신라대는 수시전형으로 입학할 2021학년도 신입생 중 최초합격자 전원에게 수업료를 반액 이상 면제해주기로 했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광주 호남대는 신입생에게 아이폰을 준다고 홍보했다. 갈수록 신입생이 줄면서 정원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대학들이 내놓은 고육지책 중 하나다.

학령인구 급감과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방대학이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입학 정원을 전체적으로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한번 줄면 다시 늘리기가 어려운 대학들은 ‘눈치보기’만 하는 실정이다.
퇴출 위기 내몰리는 지방대…'돌파구'가 안 보인다

해당 지역 학생들도 ‘脫지방화’

15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각 지방거점국립대에서 받아 공개한 등록포기 현황에 따르면 경북대는 2020학년도 합격자 중 378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모집 인원(4937명)의 76.5%다. 경북대에 합격한 학생 4명 중 3명은 경북대가 아니라 다른 학교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다른 지방거점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남대는 2020학년도 등록포기 인원이 4550명으로 모집 인원(4219명)보다 더 많다. 최초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했다는 의미다. 제주대 역시 등록포기 인원이 2237명으로 2020학년도 모집 인원(2440명)에 근접했다.

지방거점대에 입학한 뒤에도 학생들의 이탈은 계속됐다. 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지방거점대학 자퇴자 현황’에 따르면 강원대는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올해 753명(재적 인원의 3.6%)이 자퇴했다. 이 중 절반가량이 진학(138명)과 편입학(227명) 때문이라고 답했다. 2019년 기준 경북대는 796명(재적 인원의 3.6%), 부산대는 631명(3.3%)이 학교를 그만뒀다. 경북·부산·전남대 등 지방거점대의 자퇴율은 지난해 평균 2%대 후반에서 올해 3%대로 상승하는 추세다.

중소형 지방대의 자퇴자 비율은 더 높다. 신라대는 작년 재적 인원의 7.2%에 달하는 418명이, 호남대는 재적 인원의 5.9%(353명)가 학교를 그만뒀다. 내년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되는 경주대와 신경대는 2019년 자퇴자 비율이 각각 18.4%, 14.0%에 달했다.

‘정원 감축’ 눈치보기 중

교육 전문가들은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맞춰 대입 총 정원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 정원을 줄여나가야 지방대 공동화 현상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운영비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대다수 대학은 정원 감축에 쉽사리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는 처음 50만 명을 밑돌아 49만3433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국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입학 정원은 55만659명(정원 외 포함)에 달한다. 입학 정원이 수능 응시자보다 6만 명가량 많은 것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될 경우 2024년에는 지방대 세 곳 중 한 곳은 신입생 충원율이 7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입학 정원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신입생을 유치하기 어려운 지방대가 퇴출될 수밖에 없고, 반면 수도권 대학에는 인원이 몰려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 모두 전체 정원을 줄여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들도 양질의 교육을 추구하려면 정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대학들은 장기적으로 입학 정원 감축이 필요하지만 당장 실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 등록금에 의존해 운영하는데 정원을 줄이면 교수들부터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등록금이 10년간 동결된 상황에서 정원마저 줄이면 파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방대학들이 지닌 각자의 강점을 공유하는 ‘공유대학’ 등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7월 발표한 ‘지방자치단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입학 정원 감축 없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임희성 연구원은 “지역 간 발전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공유대학은 빛을 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부실대학 하나를 퇴출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상황에서 지방대 공멸 문제를 놔두면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며 “정부가 나서서 전체 정원 감축에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