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등장한 차벽 >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민중대회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심의 집회가 열린 14일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앞에 차벽을 설치했다. 이번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인원(경찰 추산)은 전국 9000명 규모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 또 등장한 차벽 >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민중대회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심의 집회가 열린 14일 경찰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회 앞에 차벽을 설치했다. 이번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인원(경찰 추산)은 전국 9000명 규모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방역당국이 수도권과 강원권에 ‘거리두기 예비경보’를 발령했다. 전국적으로 산발적 집단감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겨울 대유행이 임박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겨울 대유행 오나

전국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 7~14일 8일 연속 100명을 넘어섰다. 주말인 14일은 208명으로 집계됐다.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이어지며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양상이다. 8~14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하루평균 122.4명으로, 직전 한 주(88.7명)보다 33.7명 늘었다.

서울지역 신규 확진자는 14일 85명으로, 8월 유행 이후 가장 많았다. 수도권 확진자는 한 주간 하루평균 83.4명으로, 방역지침 1.5단계 격상 기준(100명)에 임박했다. 강원권은 격상 기준(10명)을 넘긴 11.1명에 달했다. 격상 기준이 30명인 충청권(9.9명)과 호남권(9.7명)도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신규 집단감염 사례가 여기저기서 속출했다. 경기 고양에서는 한 백화점 직원 등을 포함해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려대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돼 8명이 확진됐다. 이들은 지난 10일 밤 교내 아이스링크장에서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의 전남대병원에선 의료진 5명 등 8명이 집단감염됐다. 광주시는 이 병원 의료진 등 5000여 명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강원 철원에 있는 장애인요양원에서는 14일 첫 환자가 나온 뒤 이튿날 낮 12시 기준 5명이 추가 감염됐다. 충남 서산에 있는 군부대에서도 코로나19가 퍼져 군인 7명 등 9명이 감염됐다.
< 끝없는 코로나 검사 대기 줄 > 15일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째 200명대를 기록하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 끝없는 코로나 검사 대기 줄 > 15일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이틀째 200명대를 기록하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확진자가 속출하자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광주시는 15일 일부 방역대응을 1.5단계 수준으로 강화했다. 헌팅포차,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에서 춤추기, 좌석 간 이동이 금지되고 노래연습장, 종교시설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거리두기 준수를 당부했다. 그는 “밀폐된 실내에서 장시간 식사 등을 하는 상황은 피해달라”며 “특히 60세 이상 어르신이 있는 가정은 모임에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말했다.

확산세에도 민주노총 등 주말 집회 강행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지난 주말 서울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집회가 열렸다. 큰 충돌은 없었지만 추후 감염 확산의 촉매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해 전국노동자대회와 전국민중대회를 차례로 개최했다. 여의도공원 외에도 여의도 전경련회관과 더불어민주당사 앞, 마포역 인근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었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탓에 가까운 거리를 두고 여러 곳에서 ‘쪼개기’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노동계 집회는 서울 도심 36곳, 서울 밖 지역 12곳에서 약 9000명(경찰 추산)이 참여했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 강남역, 종로 청계천 등 서울 시내 7곳에서 정부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에 따라 서울 집회에 경찰인력 110여 개 부대, 7000여 명이 투입됐다.

집회 신고 인원이 최대 99명으로 100명을 넘지 않았던 만큼 경찰은 집회를 따로 금지하진 않았다. 집회 금지 구역인 국회 정문에서 서강대교 남단까지만 차벽을 설치했다. 펜스와 차벽을 동원해 원천 봉쇄했던 한글날 집회에 비해 느슨한 대응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이유다. 지난 10월 한글날 열린 정부규탄 집회에서는 광화문광장 일대에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로 차벽을 세우고 경찰 버스 500대와 약 1만2000명의 경찰을 투입한 바 있다.

일부 장소에서는 행진 과정에서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가 발생해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15일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이 “민주노총 집회는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한다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보수집회는 방역을 이유로 며칠 전부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재인차벽’을 쌓고 사전 차단하더니 민주노총 집회는 사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며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이지현/최다은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