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배는 구했는데…이번엔 컨테이너가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수출기업, 운임 폭등·환율 하락 이어 '3중고'
미국 간 컨테이너 회수율 '뚝'
연말 특수 앞두고 수출 비상
미국 간 컨테이너 회수율 '뚝'
연말 특수 앞두고 수출 비상
“배를 간신히 잡으면 뭘 합니까. 제품을 담을 컨테이너 박스를 구하기 어려운데….”(한 수출기업 대표)
화물 해상운송에 필수적인 컨테이너 박스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품을 보내지 못하는 해운대란에 이어 컨테이너 박스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연말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HMM은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컨테이너선 3척(1만6000TEU)을 추가로 긴급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배를 조기 투입하더라도 기업들이 수출품을 제때 선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HMM은 최근 2290억원을 들여 드라이(일반 철제) 컨테이너 박스 4만3000개를 중국 업체에 발주했다.
HMM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 주문이 밀려 있어 컨테이너를 제때 인도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류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항만 하역 작업은 물론 내륙의 컨테이너 트레일러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미 대륙에서 컨테이너 박스 회수율이 뚝 떨어지다보니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선으로 출항했던 배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적재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중국 컨테이너 제조업체들이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해 생산량을 줄인 것도 원인이다. 해운업계는 ‘슈퍼갑’인 중국 업체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세계 1위 컨테이너 박스 생산업체는 중국의 CIMC다. 그 뒤를 중국의 신가마스, CXIC 등이 따르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다시 컨테이너 박스를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해운 운임 폭등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더해 컨테이너 박스 품귀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1857.33으로 2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컨테이너 박스 품귀는 해운대란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 항로에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박스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화물 해상운송에 필수적인 컨테이너 박스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품을 보내지 못하는 해운대란에 이어 컨테이너 박스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연말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컨테이너 품귀에 가격도 폭등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1개(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의 신조가는 약 2900달러로 1년 전 1700달러에 비해 70% 급등했다. 불과 3~4년 전 1500달러 수준에서 거의 두 배로 가격이 뛴 것이다. 해운사와 리스업체들이 저마다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공급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고철 취급을 받던 중고 컨테이너까지 귀하신 몸이 됐다”고 말했다.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선사 HMM(옛 현대상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HMM은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컨테이너선 3척(1만6000TEU)을 추가로 긴급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배를 조기 투입하더라도 기업들이 수출품을 제때 선적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HMM은 최근 2290억원을 들여 드라이(일반 철제) 컨테이너 박스 4만3000개를 중국 업체에 발주했다.
HMM 관계자는 “중국 공장에 주문이 밀려 있어 컨테이너를 제때 인도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 미국·유럽 가면 ‘함흥차사’
컨테이너 박스 품귀 현상은 아시아~미국,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상대적으로 빨리 수습한 중국은 항구에 쌓인 물건들을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미국과 유럽으로 실어나르느라 바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블랙프라이데이(11월 27일) 등 연말 특수를 앞두고 미국 항로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반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물류 시스템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항만 하역 작업은 물론 내륙의 컨테이너 트레일러 운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미 대륙에서 컨테이너 박스 회수율이 뚝 떨어지다보니 수급에 불균형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선으로 출항했던 배가 미국에서 돌아올 때는 적재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오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중국 컨테이너 제조업체들이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올해 생산량을 줄인 것도 원인이다. 해운업계는 ‘슈퍼갑’인 중국 업체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1위였는데…지금은 中 독과점
컨테이너 박스 생산 시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업체들이 주도했다. 옛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대성산업, 효성금속, 광명공업, 흥명공업, 진도 등이 세계 시장을 평정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값싼 인건비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에 밀리기 시작했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진도마저 2001년 사업을 접었다.현재 세계 1위 컨테이너 박스 생산업체는 중국의 CIMC다. 그 뒤를 중국의 신가마스, CXIC 등이 따르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가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다시 컨테이너 박스를 제작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출기업들은 해운 운임 폭등과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에 더해 컨테이너 박스 품귀까지 ‘3중고’를 겪고 있다.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3일 1857.33으로 2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컨테이너 박스 품귀는 해운대란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미국 항로에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박스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