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M&A·사외이사까지…경영 전방위 개입하겠다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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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기업 이사회 가이드라인' 논란
다음달 기금위서 의결 전망
경영계는 과도한 간섭에 우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주주활동 '표적기업' 찍어주는 셈"
다음달 기금위서 의결 전망
경영계는 과도한 간섭에 우려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주주활동 '표적기업' 찍어주는 셈"
‘국민연금기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운영 등에 관한 기준(이하 이사회 가이드라인)’은 2018년 7월 도입된 주주활동의 대원칙인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의 원칙)와 2019년 말 경영계의 반대 속에서 통과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도입한 제도들이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관한 대원칙과 절차 등의 ‘큰 그림’을 그린 것이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사회 가이드라인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디테일(세부내용)’을 담았다는 평가다.
이 가이드라인은 당초 작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 보다 일반적인 성격을 가진 선행 지침을 마련하는 작업이 지연되면서 1년 이상 늦어졌다. 올해 마지막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다음달 열린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곧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제출해 연내 통과되도록 할 계획이다.
경영계는 가이드라인 시행에 우려를 밝히고 있다. 국내 경제에 비해 덩치가 큰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이 기업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300여 곳이다. 10% 이상을 가진 상장사도 100여 곳에 이른다. 자본시장의 ‘슈퍼 갑’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의 투자 지분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게 아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도 국민연금의 규정과 판단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의 ‘표적’이 될 기업을 찍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회가 미리 승계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규정뿐 아니라 적대적 인수 시도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제한한 규정도 비판받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이사회 가이드라인 잠정안은 ‘기업이 경영진이나 이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전환사채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증권이나 신주를 발행하여 기업의 자본구조를 변경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의 경영 수단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선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 활동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지원하고 나선 것 역시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잘못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선 산은이 KCGI(강성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주고,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같은 자금 지원은 정부로선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현 경영진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회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기업에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요구하기 위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만들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부 측 대변인’이 기업 이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라고 강변하지만 정권을 잡는 쪽에선 수백 명의 밥벌이를 챙겨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영계 관계자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민연금이 뽑은 인사들의 독립성을 신뢰할 수 있겠냐”며 “사외이사 풀이 실현된다면 연금 사회주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경영계는 가이드라인 시행에 우려를 밝히고 있다. 국내 경제에 비해 덩치가 큰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이 기업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300여 곳이다. 10% 이상을 가진 상장사도 100여 곳에 이른다. 자본시장의 ‘슈퍼 갑’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의 투자 지분만큼의 영향력을 갖는 게 아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도 국민연금의 규정과 판단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의 ‘표적’이 될 기업을 찍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사회가 미리 승계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 규정뿐 아니라 적대적 인수 시도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제한한 규정도 비판받고 있다. 새로 도입되는 이사회 가이드라인 잠정안은 ‘기업이 경영진이나 이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전환사채 등)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증권이나 신주를 발행하여 기업의 자본구조를 변경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의 경영 수단을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현실에선 재무구조 개선이나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 활동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산업은행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지원하고 나선 것 역시 국민연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잘못된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선 산은이 KCGI(강성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대주고, 핵심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같은 자금 지원은 정부로선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현 경영진의 이익을 지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회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기업에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요구하기 위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만들 계획이다. 이 때문에 ‘정부 측 대변인’이 기업 이사회에서 한 자리씩 차지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라고 강변하지만 정권을 잡는 쪽에선 수백 명의 밥벌이를 챙겨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영계 관계자도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국민연금이 뽑은 인사들의 독립성을 신뢰할 수 있겠냐”며 “사외이사 풀이 실현된다면 연금 사회주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