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로 운영 뒤 통합 수순…통합까지 수년 걸릴 듯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우리나라 대형항공사는 1개로 통합된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우선 자회사로 운영한 뒤 마스터 플랜에 따라 통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애초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각각 운영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어려운 항공업계 상황을 고려해 통합하기로 결정됐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무조건 흡수하는 것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강점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아시아나항공은 1988년 설립 이후 30여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번 대한항공의 인수는 미국 델타항공이 2008년 노스웨스트항공을 합병한 방식과 유사하다.

노스웨스트항공은 합병 이후 소멸했다.

두 항공사가 통합되면 노선·인력 조정도 불가피하다.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힌 노선을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노선이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중복 노선이 단일 노선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

노선 축소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축소로 이어지면서 소비자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 화물 운임 결정은 글로벌 항공사와의 관계 속에서 결정된다"며 "양사가 통합하더라도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오히려 통합 효율성을 통해 노선이 다양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붕 두가족'이 아닌 완전 통합이 결정되면서 노선뿐 아니라 대규모 인력 조정도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1만8천여명, 아시아나항공은 9천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현재 두 항공사 모두 국내 직원의 70%가량이 휴직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인수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 등이 있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통합 직후 시너지 조기 실현을 위한 통합작업과 신규 노선 개발 운영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통합 이후 양사 체제보다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글로벌 항공동맹체 문제도 정리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과 함께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인 만큼 조만간 아시아나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도 인수 이후 대한항공이 떠안아야 할 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1조 5천400억원이며, 자본 잠식률은 56%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고 하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수 이후에는 아시아나항공 부채 상환을 위한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앞서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9천906억원에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1조1천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데 이어 연말에는 1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정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며 자금을 확보 중인데, 이를 모두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착실히 준비하던 대한항공이 동반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