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서울 동부지방법원. 연합뉴스
산후우울증으로 자신과 아이를 해치는 산모들이 잇따르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손주철)는 산후우울증을 앓다 4개월 된 아들의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A씨(41)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보호를 받는 어린 자녀의 생명을 뺏은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고 법익 침해의 결과가 너무나 참담하다"면서도 "출산 후 스트레스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던 점을 참작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이어 "정신병적 증상을 앓지 않았다면 간절히 원해 어렵게 얻은 피해자를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생 어린 자식을 죽인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벌"이라고 했다.

아기를 간절히 원했던 A씨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스트레스로 심한 망상에 시달리다 결국 아이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출산 후 불면증과 손떨림 증상 등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심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후 우울증 및 스트레스로 아이에게 해를 끼치는 산모들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산후우울증 및 양육부담감 등을 호소한 30대 여성이 생후 1개월 된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올해 1월에는 경남 김해에서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산모가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투신해 숨지는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이나 아이, 출산 직후 산모 등이 코로나19 여파로 돌봄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며 "산후 우울을 개개인에게 관리하라고 책임을 돌리기보다는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이 관리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