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SK텔레콤과 11번가를 파트너로 국내에 상륙한다. 아마존이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모으던 기업 대 소비자 (B2C) 서비스를 온라인쇼핑몰 11번가를 통해 선보이기로 하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11번가서 아마존 상품 구매한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손잡고 자회사인 11번가를 통해 아마존의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11번가의 지분을 순차 인수해 최대 30%까지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을 부여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글로벌 초협력 추진이 결실을 맺게 돼 기쁘다"며 "아마존과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지속 창출하며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11번가와 아마존은 양측의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상세한 서비스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선보일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과포화' 국내 e커머스 경쟁…판도 변화 일어날까


그동안 관심을 모으던 아마존이 직진출 대신 11번가를 통한 우회 진출에 나서면서 국내 e커머스의 판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네이버쇼핑과 쿠팡 등 e커머스 기업이 유통시장의 '판'을 바꾼 상황에서 추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지가 관심사다.

유통업계에선 아마존이 11번가를 일종의 '배송대행지' 통로로 활용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식을 취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사안은 국내 물류센터를 세우고 시간 단축에 나서 국내 유통사들과 '전면전'을 벌일지 여부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의 화두는 '물류'인데 쿠팡, SSG닷컴 등과 같이 아마존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라며 "배송 경쟁력이 제외된다면 현재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것과 큰 차별화를 이루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아마존의 상품을 얼마나 빠르고 저렴하게 국내에 선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면서도 "국내에 물류창고를 세워 아마존 상품을 수입하게 되면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미 국내 유통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돌입한 만큼 아마존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국내 유통 관련 기업들은 이미 네이버쇼핑의 입지 확장 속 물류와 빅데이터 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e커머스 강자로 입지를 확고히 한 네이버쇼핑의 공세 속 쿠팡은 물류센터 확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유통공룡'인 롯데와 신세계는 모두 온라인이 약점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빅데이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대응에 나섰다. CJ오쇼핑(CJ ENM 오쇼핑 부문)과 CJ대한통운을 거느린 CJ그룹은 지난달 네이버와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국내 편의점(오프라인)과 홈쇼핑(오프라인)업계 1위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도 합병을 결의하고 ‘옴니채널’ 전략에 힘을 쏟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은 빠른 교환·환불, 애프터서비스(AS) 등 국내 쇼핑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 쇼퍼'"라며 "과포화 상태인 국내 e커머스 시장의 경쟁 속 아마존이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오정민/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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